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콘디와 힐러리

딸기21 2005. 11. 16. 15:05
728x90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봉쇄를 풀었다. 국경 검문소가 열리기까지 힘겨운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중재에 나섰던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었다. 이-팔 양측을 오가며 타협을 이끌어낸 라이스 장관의 협상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라이스 장관이 마라톤 협상 끝에 이-팔 평화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스스로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의 과정을 즐긴다"고 말하는 라이스 장관은 이번 중재를 통해서 `협상의 고수'임을 다시금 입증해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안이 되었던 것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에 있는 라파 검문소 개통 문제. 이스라엘은 지난 9월 가자지구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시킨 대신, 가자지구 전체를 봉쇄해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에워싸는 거대한 분리장벽의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집트쪽 국경검문소마저 무력으로 폐쇄함으로써 사실상 이 지역 전체를 고립된 섬 혹은 교도소로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부터 팔레스타인으로 무기가 반입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검문소 관리에 이스라엘군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달부터 검문소 관리가 자치정부에 이관된 이상 이스라엘의 간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라이스 장관은 APEC 참석 일정을 하루 미루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도인 라파와 예루살렘을 오가며 중재를 계속했다. 거듭된 협상 끝에 양측은 결국 타협점을 찾아냈다. 라파 검문소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되, 유럽연합(EU)가 카메라 관리를 맡는다는 것. 닫혔던 검문소는 오는 25일 다시 열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주권을 확보했고 이스라엘은 감시를 할 수 있게 됐다. 하마스 등 과격세력은 "미봉책일 뿐"이라며 볼멘 소리를 냈지만 일단 가자지구 주민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EU와 이집트 정부도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라파 검문소 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왼쪽)와

이스라엘 소방관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 로이터

CNN방송 등은 "해결될 때까지 협상장을 떠나지 않겠다"던 라이스 장관의 `집념'을 크게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의 중동 방문은 취임 이래 벌써 3번째. 특히 이번에 눈에 띈 것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명사격인 그가 이-팔 양측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각과 객관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는 점이다.


이 점은 특히 라이스장관과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을 방문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지난 12일 예루살렘을 찾아 고(故) 이츠하크 라빈 총리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이스라엘측이 마련한 일정을 따라 이틀을 머물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언론들은 3년이나 남은 대선을 겨냥해 우향우 노선을 추진중인 클린턴 의원이 미국 내 유태인들에 밀착하기로 결심한 듯 이스라엘 편향을 숨김없이 드러냈다고 전했다. 클린턴 의원은 유럽과 인권단체들이 모두 반대하는 이스라엘 분리장벽을 지지한다고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매파(강경파)이자 이라크전 주동자였던 라이스 장관이 이번 방문으로 점수를 딴 반면 클린턴 의원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대통령이 중동평화과정에 개입하면서 얻어놓은 점수까지 까먹은 셈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