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산은 이란 북부의 지명(地名)이다. 과거에 오늘날의 이란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걸쳐져 있는 드넓은 지역을 가리키던 이름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호라산’이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이 ‘알카에다보다 더 위험한’ 이슬람 극단조직으로 호라산그룹이라는 단체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알카에다와 10여년간 대테러전을 벌인 미국은 시리아·이라크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군사공격을 감행하더니, 이번에는 호라산그룹을 또 다른 적으로 내세웠다.
IS 공습한다더니... 갑툭튀 '호라산그룹'
23일 미국은 아랍국들과 함께 IS 본부가 있는 시리아 북부 라카를 폭격했다. 이어 미국은 단독으로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를 공습했다. 이곳에서 사살된 사람들은 IS가 아닌 호라산그룹 무장조직원이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알레포 공습의 목표가 호라산그룹이었다면서 “노련한 알카에다 베테랑들의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호라산그룹의 핵심 인물이라는 무흐신 알 파들리. 사진 미 국무부
호라산그룹의 핵심 인물이라는 무흐신 알 파들리. 사진 미 국무부
맨 처음 이 그룹을 거론한 것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었다. 클래퍼는 지난 18일 “(미국) 본토 위협과 관련해 IS만큼이나 위험한 게 호라산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일주일도 안 돼 호라산그룹이 미국의 공습대상이 됐다. 시리아 공습 뒤 미국 언론들은 이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는 쿠웨이트 출신의 무흐신 알 파들리(33)가 이끄는 알카에다 분파다. 파들리는 오사마 빈라덴이 2001년 9·11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려준 몇 안 되는 심복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란을 거쳐 지난해 4월 시리아로 넘어가 내전에 뛰어들었다. 파들리는 시리아 반군의 한 축인 ‘알누스라전선’에서 활동했는데, 그의 무리는 곧 시리아 정권 전복이 아닌 미국과 서방 쪽으로 공격 목표를 바꿨다. 서방 국가들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전사) 지망자들을 적극 끌어모은 것도 이 그룹으로 추정된다.
스무살에 '빈라덴 핵심 측근' 돼 9.11 공격도 미리 알았다는 엄청난 테러리스트
미 정부는 호라산그룹의 ‘임박한 공격 음모’ 때문에 공습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CNN 방송은 최근 시리아 정권이 파들리의 경호원이었던 아부 라마라는 사람을 체포했고 미국도 파들리의 외국 공격 계획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치약통이나 폭발물질에 적신 옷 등을 이용한 미국 내 테러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참 작전국장은 “미국 또는 유럽에서 공격을 실행에 옮기려는 단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 호라산그룹(Khorasan Group)이란
·시리아 내전 중 결성된 알카에다 분파
·주로 예멘 등에서 활동하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출신들로 구성
·본부: 시리아 알레포
·핵심 인물: 무흐신 알 파들리(쿠웨이트), 무함마드 알 주니(사우디아라비아) 등
·조직원 수: 50명 규모로 추정
AP통신은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이 몇달 전부터 호라산그룹의 활동을 포착, 주시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내 시리아 공습 반대여론이 여전히 적잖은 상황에서, 또 유럽 동맹국들의 군사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을 공격하려던’ 새로운 위협세력이 부각된 것을 우연이라 보기는 힘들다. 공교롭게도 지난 17일 제 존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로선 IS가 미국 본토 공격을 계획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튿날 클래퍼 국장이 호라산그룹을 거론했고, 미국은 알레포를 공습했다.
이건 너무 공교롭잖아....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뒤 수그러든 ‘원조 알카에다’가 아닌 ‘더욱 노련한 알카에다’가 이렇게 해서 미국의 새로운 적이 됐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알카에다에 맞선 새 전선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호라산그룹의 실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 국무부는 2012년 파들리가 ‘이란 알카에다’의 지도자라고 설명했지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에서 수니 극단조직 알카에다의 활동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시리아전문가 아론 런드는 호라산이라는 이란계 이름조차 정보기관들이 편의상 붙인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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