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함께 싸우게 될까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뉴욕에서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에 이어, 양국 외교 차관들까지 포함하는 확대 회의도 이뤄졌습니다. 회의는 이란과 서방 간 핵협상의 진전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케리는 앞서 19일에도 IS 격퇴에 이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이란과의 '공조'를 계속 시사해왔지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이란과의 협력을 부인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지만, 이라크와 시리아 모두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이란의 도움이 미국으로선 절실합니다. 

Iran, US FMs discuss key issues in New York - 이란 Press TV

이란 역시 IS의 잔혹행위를 비난하며 ‘물리쳐야할 악’이라 표현해왔습니다. IS가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들을 공격하려하자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성지 수호에 나설 뜻을 비치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IS의 적인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이라크 시아파 정권을 지원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IS가 세계의 두통거리로 부상하자 개입할 뜻을 계속 피력했습니다.

ISIS is the best thing to happen to Iran-U.S. relations in years -워싱턴포스트

미국과 이란 모두 협력 필요성을 말하면서, 동시에 협력에 선을 긋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으나 결국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종교지도자가 최근 IS 문제에서 서방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 정부 안에서는 개입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19일에는 유엔 사무총장 이라크 특사를 만나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2일 뉴욕을 향해 출국했는데, 지난해 유엔 총회 때처럼 오바마와의 깜짝 전화연결같은 접촉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이고요.

[라운드업] 시리아 내전, IS와 미국의 공습

미국 언론들은 이란이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최소한의 협력’만 하면서, 물밑에서 알쿠즈 여단 등을 움직여 이라크 내 IS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알쿠즈는 이란 정예부대 혁명수비대 산하에서 국외 작전을 담당하는 부대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싸움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면, 이란이 민병대나 준 군사조직을 동원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미 지난 6월 이란 측 ‘군사자문단’이 이라크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민족입니까 오랜 숙적인 미국과 이란이 협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입니다. 이란은 IS와 싸우면서 시리아 정부를 배제해선 안된다 하고, 시리아 정부 역시 이란이 포함된 국제 공동전선만이 IS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화학무기로 아이들을 학살하고 대도시에 ‘통폭탄’을 떨어뜨려 민간인들을 희생시킨 알아사드 정권이야말로 시리아 내전 사태의 원인이죠. 

아무리 IS와의 싸움이 급하다 해도 알아사드 정권과 협력하거나 거래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입니다.

또 미국 내에는 이란 경계론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이스라엘도 이란 위협론을 계속 부추기고 있고요. 이란 역시 IS 대응을 빌미로 미군이 중동에 돌아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 정부 안에서 미국의 애매모호한 IS 전략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핵 협상' 갈길 먼 이란, 이라크 개입은 제한적일 듯 

이란이 미국을 돕는 대신 핵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이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IS 제거작전을 돕는 대가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려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IS가 중동의 여러 적대적 관계를 마구마구 뒤집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만, 늘 그런 것이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혹은 그 반대가 되는 미국이 밀어준 후세인은 미국 손에 쫓겨나고, 미국이 만든 알카에다가 미국의 적이 되고, 알아사드의 적인 IS가 알아사드 반대파의 적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