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세계를 휩쓴 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논의는 한풀 꺾였다. 세계적으로 산업생산이 위축되면서 ‘성장’ 쪽에 다시 초점이 맞춰진 까닭이다. 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는 계속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일 웹사이트에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해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WMO가 매년 발표하는 ‘온실가스 불레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96.0ppm으로, 산업화 이전 시대인 1750년의 142%로 늘어났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253%와 121%가 됐다. 온실가스가 지구에 미치는 충격(복사강제력)은 1990년 이후에만 34%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WMO가 운영하는 글로벌대기감시(GAW) 네트워크의 관측치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9ppm이 증가해 1984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라갔다. 1990년대 이후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섰지만 대기 중에 한번 방출된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준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내년이나 늦어도 내후년에는 400ppm을 넘어설 것으로 WMO는 예측했다.
특히 최근 몇년 새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짙어진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가 크게 늘어서가 아니라, 온실가스를 흡수해주는 지구 시스템의 교란 때문이라고 이 기구는 분석했다. 지구는 대기권과 생물권(生物圈·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를 포함하는 지표면 아래위의 얇은 층), 해양이 맞물려 순환하는 복잡한 순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지구의 전체 온실가스의 4분의1은 바다에, 4분의1은 생물권에 들어 있으며 나머지 절반이 대기 중에 흩어져 있다.
이 균형이 깨지지 않으려면 바다와 생물권이 대기 속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분석해보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난 탓에 바다가 급격히 산성화되고 있고, 이 때문에 바다의 ‘완충 기능’이 줄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줄 삼림도 급감했다. 미셸 자로 WMO 사무총장은 “물리학의 법칙은 협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대비할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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