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좌우 수렴하는데 극우파만 부상, 유럽정치 축소판된 스웨덴 선거  

딸기21 2014. 9.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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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은 중도좌파 사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중도우파 온건당 소속으로 집권 연정을 이끌어온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는 사퇴 의사와 함께,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15일 밝혔다. 8년만에 재집권을 눈앞에 둔 사민당은 녹색당·좌파당 등과 연정구성 협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의 시선은 사민당의 재집권보다는 오히려 ‘극우파의 약진’ 쪽에 쏠려 있다. 


중도우파 총리 사퇴... 사민당, 연정구성 협상 채비


잠정집계 결과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31.2%를 득표했고, 온건당은 23.2%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프톤블라뎃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민당은 2010년 총선 때에도 제1당 자리는 지켰지만 연정 구성협상에 실패해 제2당인 온건당에 정권을 내줬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사민당의 스테판 뢰펜 대표는 녹색당 등과의 연정구성 협상에 곧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좌파와 녹색당 간 ‘적록 연합’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의 득표율은 총 43.7% 정도여서 과반에 못 미친다. 전체 349석 중 좌파 연합은 160석, 중도우파 연합은 142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사민당 주도의 좌파 연합은 의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불안정한 집권이 될 수도 있다.


좌파 진영과 중도우파 진영 모두가 과반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성공을 거둔 것은 극우파 스웨덴민주당이다. 반(反)이민 이슈를 내세워 유권자들을 공략한 극우파들은 4년 전 총선에서 20석을 얻어 스웨덴 사상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한 데 이어, 4년만에 다시 득표율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스웨덴민주당의 득표율은 13%에 육박했으며 5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좌우 수렴하는데... 극우파는 '돌풍', 유럽 정치지형 축소판


현재 유럽 주요국들에서는 좌파와 우파가 중도로 수렴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도좌파가, 영국에서는 중도우파가 집권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보수적인 기민·기사연합 소속이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뒤 중도좌파 사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인 마테오 렌치가 중도좌파 민주당을 이끌고 총리가 됐다. 스웨덴에서도 사민당과 온건당은 줄곧 서로의 정책을 받아들여왔다.


이처럼 좌우가 가운데로 모이는 가운데, 유독 불거져나온 것이 ‘극우파의 부상’이라는 현상이다. 지난 3월의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집권 사회당이 참패를 하면서 우파인 대중운동연합이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어느 진영보다 약진한 것은 극우파 ‘국민전선’이었다. 5월의 유럽의회 선거 때에는 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등 6개국에서 좌파가 이겼지만 역시 유럽통합 반대론을 펼쳐온 극우파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근래 치러진 유럽의 거의 모든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적 승자가 된 것은 극우파였다. 인종주의적 차별 발언을 자제하고 정책을 부각시킨 극우 정당들의 ‘이미지 세탁’이 먹혀든 것이었다. 스웨덴민주당을 이끄는 35세의 젊은 대표 지미 오케손 역시 개방적인 이민정책에 반대하면서도 당내에서 인종차별적 혐오발언이 나오지 않게 해 논란을 피해가는 정치력을 보였다.


이번 스웨덴 총선은 이런 유럽 정치지형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복지와 성장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 속에 좌우 이념의 차이가 퇴색하면서, 반 이민 정서만 돌출하는 양상이다. 뢰펜 사민당 대표는 총선 승리 뒤 “극우파에 표를 주지 않은 87%의 유권자들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사민당도 온건당도 극우파와는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민주당은 개방적인 이민정책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더욱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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