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위계승 문제를 비롯해 황실 전범(典範) 개정에 대한 논의를 맡아온 `황실전범에 관한 전문가회의'는 7일 열린 회의에서 여성, 여계 후손의 황위 계승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범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했다. 전문가회의는 여성 천황을 인정하는 것과 함께, 논란의 초점이 돼왔던 계승 순위 문제에서도 아들 딸 구분 없이 `맏아이 우선'을 원칙으로 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원칙이 채택되면 다음달 만 4살이 되는 황태자의 딸 아이코(愛子) 공주가 황태자에 이어 황위계승 서열 2위가 된다.
전문가회의는 이달 중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황실전범 개정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전문가회의는 형식상 총리 자문기구이지만 전범 개정의 실권을 쥐고 있다. 황족은 정치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되며 황실 전범에 관해서도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
그러나 일본사회의 보수화-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여성 황위계승에 반대하고 황실 전통과 위상을 강조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사촌이자 황위 계승서열 5위인 미카사노미야 히로토(三笠宮寬仁)는 며칠 전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에 여성천황에 반대하는 글을 실었다. 황실 일각의 보수적인 생각을 드러낸 이 발언에 대해 극우파를 대변해온 산케이신문이 편을 들고 나왔다. 이 신문은 7일 "(전문가회의가) 당사자인 황족의 의견을 듣지 않고 졸속으로 연내 전범 개정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황족 중에는 남계 계승을 중시하는 의견이 있는데 전문가회의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입헌군주국가인 스페인에서도 남녀 구분 없이 제1자 우선으로 왕위를 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왕위 계승 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의 왕위계승 문제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필리페 왕세자 부부가 첫 딸 레오노르 공주를 얻으면서부터.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소피아 왕비는 레오노르 외에도 이미 6명의 손자, 손녀를 두고 있지만 왕세자 부부의 자식은 공주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레오노르가 태어나면서 스페인 내에서 이참에 여성도 왕위를 이을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오노르 공주는 현재는 필리페 왕세자에 이어 왕위계승 2순위이지만, 현행 헌법대로라면 훗날 남동생이 태어날 경우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현행 헌법은 여성의 왕위 계승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들 우선'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헌법을 바꾸려면 현 의회를 해산한 뒤 총선을 치르고 새 의회를 구성, 상하 양원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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