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31일 개각을 단행, 3차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날 임명된 새 내각의 면모를 놓고 `아시아 무시 개각' `강경 우파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신임 외상과 관방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개각으로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무상에서 외교 수장으로 발탁된 아소 다로(麻生太郞) 신임 외무상은 임명 뒤인 31일 밤 취임 회견을 갖고 "개인으로서의 신념과 공직자로서의 입장이 반드시 일치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한 뒤 "그러나 `적절한 판단을 한다'는 고이즈미 총리와 생각을 같이 한다"고 말해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야스쿠니 참배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별도의 전몰자 추모시설 건립에 대해서도 "새 위령비를 만든다고 야스쿠니 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말해, 기존의 부정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민당 간사장 대리에서 정부로 자리를 옮긴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관방장관도 취임 회견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지금까지 참배를 해왔으며 이런 생각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참배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일, 중-일 관계를 악화시킨 이래 관방장관들은 야스쿠니 참배를 피해왔었다.
일본의 이노구치 구니코 신임 소자화-남녀공동참여담당상이 3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키히토 천황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AP)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과 외상에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배치됨으로써 향후 일본의 외교정책은 `미국 중시 아시아 격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로 비롯된 최근의 아시아 외교관계 악화에 구애받지 않고 대미 외교에 치중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 셈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각료 명단이 발표된 뒤 아소 외무상이 자신의 기용과 관련,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자 "꿋꿋한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며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중-일관계 개선을 위해 온건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을 외상에 기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자민당 내에서도 많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이같은 여론보다는 `내각의 일치된 목소리'를 더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개각에서 대외관계를 이끌어갈 쌍두마차로 아소 외무상과 아베 관방장관을 임명하는 한편, `고이즈미 개혁 전도사'로 불려온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을 총무-우정민영화 담당상에 기용했다. 아소, 아베 장관과 함께 `포스트 고이즈미 4인방'으로 거론돼왔던 다니카키 사타카즈(谷垣楨一) 재무상은 유임됐으나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내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31일 오후 개각을 단행, 자민-공명 연립정권의 3차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번 개각은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의 전진배치, 대(對) 아시아 강경인사 기용, 실무형 인물 포진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갖고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 배치했다"고 자평했지만,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 내에서도 강경우파 일변도로 가는 고이즈미 정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밖으로는 `강경파'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개각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무상을 외상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관방장관에 임명했다. 두 사람 모두 자민당 내에서 강경 우파로 분류돼온 인물들이며 친미파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반면 온건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은 각료 명단에서 제외,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과제로 놓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말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중-일 관계도 악화일로로 간다면 일본이 아시아에서 더욱 고립되고 미국 의존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아베 관방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여서 국교정상화 교섭을 비롯한 북-일 관계도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언론들은 내다봤다. 고이즈미 총리는 아소 외상 임명과 관련해 "내정을 잘 아는 사람이 외교를 맡는 편이 좋다"고 설명, 주변국들보다는 일본 내 여론에 신경쓴 인사임을 피력했다.
안으로는 `실무형'
외교 분야에서 강경파를 앞세우는 한편, 이번 개각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내치(內治)에 실무형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우정(郵政)사업 민영화 이후의 정책과제들을 담당할 `포스트 우정' 경제재정담당상에는 요사노 가오루(輿謝野馨) 자민당 정조회장을 임명하고 다니카키 사타카즈(谷垣楨一) 재무상은 유임시켰다.
고이즈미 총리는 개각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계속할 내각"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9월 2차 내각 출범시에는 `우정민영화를 실현할 내각'이라며 관련 법안이 처리될 때까지 진용을 바꾸지 않았었다. 이번 개각은 내년 9월까지 1년간의 남은 임기 동안 구조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실무 추진능력이 높은 인물들 중심으로 짜여졌다.
다니카키 재무상은 정부 산하 금융기관 통폐합 문제에서 신중론을 제기,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질타를 당한 적이 있어 유임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실무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내각에 머물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각료 임명을 마친 뒤 다니카키 재무상에게 "그것은 질타가 아니라 격려였다"며 남은 기간 개혁작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요사노 경제재정담당상은 지난 총선 당시 마니페스토(공약) 작성을 주도했으며, 금융기관 통폐합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에 발탁 또는 유임된 각료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충실한 `추종자'들이어서, 총리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개혁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깜짝쇼'는 없었다
지난 8월 중의원 해산을 비롯해 깜짝쇼에 일가견을 보여온 고이즈미 총리이지만, 이번 개각에서는 눈에 띄는 파격인사는 없었다. 자민당 간부들은 "신인보다 중견, 베테랑을 포진시킨 내각"이라고 평가했으며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도 "이번엔 서프라이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입각한 각료의 평균 의원 당선회수는 6.9회로 고이즈미 1차, 2차 내각 때보다 높았다. 평균연령도 60세가 넘었다. 초선 의원으로 기용된 인물은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자객 공천'으로 뽑힌 뒤 소자(小子)화-남녀공동참여 담당상으로 발탁된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 의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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