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인도 파키스탄 여성들의 현실...  

딸기21 2014. 5. 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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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끔찍한 이야기를 전해야겠네요. 서로 늘 으르렁거리지만 이럴 때 보면 참 수준이 거기서 거기인 두 나라,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사건들입니다.


달리트 소녀들에게 닥친 비극


인도에서 또다시 엽기 성폭행 살해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12년의 잔혹한 버스 집단성폭행 살인사건 이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정부가 누차 밝혔지만, 그 후로도 줄잇는 사건들은 카스트제도와 성차별이 결합된 열악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부다운에서 14세와 16세 소녀 2명이 성폭행을 당한 뒤 피살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들이 29일 보도했습니다. 사촌지간인 두 소녀는 지난 27일 집단성폭행 뒤 살해됐는데, 범인들은 피해자들의 주검을 망고나무에 매달기까지 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소녀들은 부다운 주변 시골마을에 살던 최하층 카스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이었습니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으로 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22분마다 성폭행... 경찰은 늘 미적미적


소녀들이 살해된 뒤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범인들이 파악됐는데도 체포를 미룬 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소녀들 가족과 친척들의 거센 항의 뒤에야 범인 3명을 검거하고, 나머지 범인들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에는 경찰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인도 언론들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주 경찰은 뒤늦게 “임무를 소홀히 한 경찰관도 체포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는 22분마다 한번씩 성폭행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농촌지역에서는 신고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런 범죄가 얼마나 많이 저질러지는지는 추산하기조차 힘들고요. 


2012년 12월 뉴델리에서 일어난 여대생 버스 성폭행 피살사건 뒤 항의시위에 나선 인도 여성들. www.cnn.com


2012년 12월 세계를 경악하게 한 뉴델리 버스 집단성폭행 사건 뒤 인도 정부는 성폭행·살해범에 대한 형량을 최고 사형으로 높이는 등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고조차 되지 않거나, 신고가 돼도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인도의 성범죄는 힌두교 특유의 카스트제도나 힌두-무슬림 갈등 같은 오랜 구조적인 문제와 결합돼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동부 서벵갈주의 20세 힌두교도 여성이 무슬림과 사귄다는 이유로 부족회의에서 집단성폭행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마을사람 13명에게 처벌 명목으로 집단성폭행을 당한 이 여성의 사건 때에도 경찰의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됐습니다. 


카스트, 종교갈등과 결합된 열악한 여성인권


비슷한 시기에 성폭행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산채로 불태워진 콜카타의 16세 소녀도 있었습니다. 이 때에도 현지 경찰은 소녀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했다가 들통나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당국의 거듭되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새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은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우익정당으로, 성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데에 미온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당 지도부 인사가 성폭행범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산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 간부가 "어차피 당할 거면 강간을 즐겨라"라고 얘기했다가 손가락질 당한 일도 있었지요. 


모디 총리는 여아 살해가 유독 많고 보수적인 구자라트 주 출신입니다. 민간연구소인 사회연구센터를 이끄는 여성운동가 란자나 쿠마리는 “성폭행범들의 행위가 갈수록 잔악해지고 있다”며 모디 총리에게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모디 총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겠네요. 


파키스탄의 임신부 '투석처형'


이번에는 파키스탄 이야기입니다. 지난 27일 파키스탄 대도시 라호르 도심에서 파르자나 파르빈이라는 25세 여성이 가족에게 ‘투석 처형’을 당했습니다. 파르빈 가족들을 비롯해 20여명이 벽돌과 곤봉 등으로 파르빈을 죽였습니다. 가족 허락없이 결혼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피살된 ‘명예살인’이었습니다. 


파르빈은 임신 3개월째였습니다. 남편은 살해된 아내의 가족들을 맹비난했으며, 이 사건 뒤 파키스탄 내에서는 여성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사건은 또다른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살해된 여성의 남편인 무함마드 이크발(45)이 아내를 잃기 전 첫 아내를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29일 보도했습니다. 전처를 살해한 남성이 가벼운 처벌만 받은 뒤 다시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를 살해했어도 '피값' 내면 무죄?


이크발이 살고 있는 펀자브주 경찰에 따르면 이크발은 6년 전 첫 부인을 살해했습니다. 이크발과 첫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도 범행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크발은 1년을 갇혀 있다가 피살된 첫 부인의 가족에게 위자료, 피값(blood money)를 주고 풀려났습니다. 이크발은 CNN 인터뷰에서 “이웃에 살고 있던 파르빈과 다시 결혼하고 싶어서 전처를 살해했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이 막장드라마 같은 사건은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는 것, 새 아내가 명예살인을 당했다는 것 말고도 이 사건 안에는 ‘신부값’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가 녹아 있습니다. 


이크발은 파르빈과 재혼하기 전 파르빈 가족들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새 아내의 가족들에게 몸값으로 8만루피(약 83만원)와 금붙이를 주기로 ‘협상’을 끝냈다는 것이죠. 그런데 파르빈의 아버지와 오빠들이 말을 바꿔 10만루피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파르빈을 살해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신부값 때문에 가족들이 살인을 저지른 것" 주장


자세한 내막이야 알수 없지만 이런 보도들을 보니, 과연 파르빈이 나이가 두 배에 가까운 이 남성과 자기 의지로 결혼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혹시 가족들이 파르빈을 신부값 받고 팔아치우듯 이크발에게 내줬다가 돈 문제로 싸움이 붙자 살해한 건 아닐까 하는.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29일 “파르빈 살해는 용납할 수 없는 잔혹한 살인”이라는 성명을 내고, 펀자브주 총리에게 진상보고를 지시했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런 일을 ‘명예살인’이라 불러선 안 된다”고 비난했습니다. 맞습니다. 명예는 무슨 명예. 미국, 영국 등도 잇달아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아 이 망할놈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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