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인도에서 또 성폭행 살인... 황산으로 얼굴 훼손도  

딸기21 2014. 6. 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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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10대 소녀들 성폭행·살해에 이어 또다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말 사촌지간인 10대 소녀 2명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숨을 잃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바헤리에서 20대 여성이 집단성폭행 뒤 살해됐다고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여성은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이는데, 얼굴이 황산과 석유로 심하게 훼손된 채로 지난달 31일 발견됐다. 부검 결과 위에서도 황산이 검출됐다. 당국은 범인들이 여성을 성폭행한 뒤 신원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고 황산을 마시게 하고 얼굴에도 황산을 끼얹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인도 PTI통신은 전했다.

인도 여성들이 10대 소녀 집단성폭행 살인사건이 일어난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주도 러크나우에서 당국의 미흡한 대응에 항의하며 1일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The Times of India



앞서 이 지역의 바다운이라는 마을에서는 14, 16세 소녀 2명이 집단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의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사건에 이어 인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2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주도인 러크나우의 주 총리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했으며, 바다운 마을에서도 수진 소녀들의 가족들과 여성단체들이 모여 거센 항의시위를 했다.

소녀들 살해사건은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최근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은 숨진 소녀들이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으로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피살됐다면서 화장실 개선 등을 약속했으며, 일부 보건관련 단체들도 화장실 설치 캠페인에 나섰다. 하지만 소녀들의 죽음 뒤에는 열악한 위생상황만이 아니라 빈곤과 카스트문제, 여성학대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숨어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에 관심이 쏠리자 국민당이 재빨리 시위를 조직한 것도, 사태에 편승해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술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 주지사 BL 조시는 과거 인디라 간디 정부에서 일했으며 이제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회의의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파장이 커지자 국민회의의 라훌 간디 부총재는 당 간부들과 함께 바다운의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가 직접 위로했다. 하지만 집권 국민당도, 야당인 국민회의도 잇단 잔혹 성폭행·살해사건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우타르프라데시 주 총리가 직접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모든 면에서 초반 대처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최하층 계급인 달리트(불가촉천민) 가정 출신인 두 소녀가 시신으로 발견된 뒤 범인들 체포를 미루다가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뒤늦게 본격 수색에 나섰다. 현재 5명이 체포됐으며, 그 중 2명은 범행을 자백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은 2일의 항위시위도 물대포를 쏘며 강경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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