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의문을 낳은 ‘인공기 유조선’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북한 깃발을 달고 리비아에 들어왔다가, 석유를 싣고 ‘도주’한 선박이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나포됐다. 북한과 관련이 있는지, 유조선의 주인은 누구인지 등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미 국방부는 17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달 초 리비아에서 출항한 모닝글로리호를 미군이 장악했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군이 배를 나포한 곳은 키프로스 남동쪽 해상이며, 네이비실과 함께 미군 유럽사령부 특수부대와 유도미사일구축함 루즈벨트호도 작전에 참여했다. 미군은 나포한 배를 리비아 북부의 항구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3만7000t급 소형 탱커인 모닝글로리호는 인공기를 달고 지난 8일 리비아 동부의 알시드라항에 입항한 뒤 리비아국영석유회사가 생산한 석유 23만4000배럴을 실었다. 알시드라는 리비아의 주요 석유수출항의 하나인데, 리비아 정부가 아닌 동부 자치정부와 무장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허가받지 않은 석유 선적에 반대했지만 무장세력은 “석유판매를 막으면 내전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배는 2000만달러 어치의 기름을 싣고 사흘만에 항구를 빠져나갔다. 이 사건으로 리비아는 총리가 해임되는 정치파동까지 겪었다.
모닝글로리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몇몇 외신들은 이집트 선박회사가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이 배가 북한에 등록을 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등록을 취소했다며 이 배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선적(船籍)은 오리무중이지만 리비아 무장세력을 통해 기름을 실은 뒤 누군가에게 팔아넘기려 했던 것은 분명하다.
이 배의 석유를 사가려 한 것은 이스라엘인 2명과 세네갈인 1명으로 이뤄진 기름상인들로 추정된다. 이 세 사람은 사설 제트기를 타고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항구에 와서 보트를 빌린 뒤 유조선에 접근, 승무원들과 협상을 하려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은 거래가 무산되자 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떠났다. 이들이 석유를 최종적으로 어디의 누구에게 넘기려 했는지는 알수없다.
미군이 나서서 이 배를 나포한 것은, 힘겨운 협상과정을 거쳐 들어선 리비아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쫓겨난지 3년이 지났지만 리비아는 내전 때 무장한 반군들이 해산되지 않은 데다 동부 지역이 자치를 요구하고 있어 혼란이 가시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동부 유전을 장악한 무장조직이 멋대로 석유를 팔려다가 벌어진 일이다. 석유수입을 독점해온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통제도 먹히지 않는 틈을 타 리비아 동부 세력과 리비아 동부의 무장세력과, 리비아의 막대한 기름을 노린 상인들이 결탁해 ‘석유 빼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모닝글로리 외에도 또다른 국적불명의 유조선이 리비아 토브루크항에서 석유를 싣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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