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달 앞둔 아프가니스탄에서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레반을 몰아내는데 큰 공을 세우고 복잡한 지역·부족구도 속에서 권력의 중심추 역할을 했던 군벌지도자마저 갑자기 사망, 정국은 더욱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아프간 정부는 무함마드 카심 파힘 제1부통령(57)이 9일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방송 등은 아프간 정부가 사흘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파힘은 1990년대 탈레반과 내전을 벌인 ‘북부동맹’의 군벌 출신으로, 소수민족인 타지크계다.
파힘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과는 20여년에 걸친 애증관계였다. 1990년대 옛소련 괴뢰정권이 축출된 뒤 세워진 임시정부에서 카르자이가 외교차관을 맡았다가 스파이죄로 투옥됐는데, 그때 체포령을 내린 것이 당시 정보국장이던 파힘이었다. 하지만 곧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하면서 임시정부는 무너졌다. 카르자이는 미국으로 도망쳤고, 파힘은 타지크계 등을 결집해 유력 군벌로 성장했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가 이틀 전, 북부동맹 지도자이자 반소련 항쟁을 이끈 아프간 국민들의 영웅 아흐마드 마수드 샤 장군이 암살당했다. 그러자 파힘이 마수드의 빈 자리를 꿰찼다.
두달 뒤 미국이 전쟁을 일으켜 탈레반을 쫓아내고 카르자이를 과도정부 수반으로 내세우자, 파힘은 카르자이 지지를 선언하고 미국 편에 섰다. 파힘의 지지는 카르자이 정부가 안착하고 부족 세력들을 끌어안는데 큰 도움이 됐다. 파힘은 국방장관 등을 거쳐 2009년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사병조직을 거느린 파힘은 아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실세로 군림했다. 부패와 인권침해 등 파힘 세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횡을 휘두르던 파힘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다음달 5일 대선을 앞둔 아프간의 권력구조에는 갑자기 큰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번 대선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출신인 아슈라프 가니 아흐마드자이 등 11명이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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