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우크라이나, 결국 최악 유혈사태로

딸기21 2014. 2. 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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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우크라이나 시위는 유혈사태로 귀결됐다. 18~19일 이틀간의 충돌로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에 경제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키예프포스트 등은 18일과 19일 경찰과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해 경찰 9명 등 20여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야권이 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18일 오후 키예프 시내 곳곳에서 재개된 시위는 야당 주도의 조직적인 항의집회는 아니었다. 지난 주말 정부와 야권의 협상에 따라 당국은 체포됐던 활동가들을 석방했으며 형사기소도 중단시켰다. 정부의 사면 조치에 따라 시청을 점거했던 시위대는 농성을 풀고 곳곳의 광장에서 바리케이드가 해체됐지만, 여전히 시내에 2만명 넘는 시위자들이 남아 있었다.

 

18일 오후,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시작됐다. 네잘레즈노스티(독립) 광장에 있는 노조연맹 건물이 불에 타고 곳곳에서 난투극과 습격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시위대의 모습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사망자 중 경찰이 여러 명이라는 사실은 상황이 통제불능이었음을 보여준다. 


현지 언론 ‘베스티’는 소속 기자 뱌체슬라프 베레메이가 19일 아침 복면을 쓴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괴한들은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베레메이를 차에서 끌어내린 뒤 사살했다. 드니프로강변에서는 한 남성이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시위대가 결성한 ‘자위부대’ 조직원으로 드러났다. 시위대는 지난 9일 군·경찰의 무력진압을 막기 위해 자위부대를 만들었다.

 

야당 지도자인 아르세니 야체뉴크 등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긴급 면담을 하고 사태를 진정시킬 방안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야체뉴크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아무 결실 없이 끝났다”며 “우리는 충돌을 즉시 멈출 것을 제의했지만, 야누코비치는 오히려 야당 지도부에게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혈사태는 경찰의 진압 때문이 아니며, 시위대의 무질서와 과격행동 때문이라는 것이 야누코비치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돼온 ‘유로마이단(유럽) 시위’와 관련해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러시아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미국과 유럽은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키예프의 폭력사태에 충격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판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해 경제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당장 EU 차원에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고, 스웨덴의 카를 빌트 외교장관도 “EU는 더이상 우크라이나 폭력사태를 멈출 방안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야당 지도자들도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제재를 한들 이 사태를 풀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내부에 정국을 반전시킬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야권은 조기 대선을 요구하지만 야누코비치를 물러나게할 현실적인 힘이 없다. 강력한 야당도, 힘을 모을 지도자도 없다. 우크라이나 미디어 UNN은 정치분석가들을 인용해 “야권은 이번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분쟁을 풀기 위한 계획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야누코비치는 유럽에 200억유로 재정지원을 요구했으나 얻어내지 못했다. 결국 러시아에 손을 벌려 15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경제제재로 야누코비치를 밀어붙이면, 그는 점점 더 크렘린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모순이 서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위가 최악의 유혈사태로 가고 있다. 키예프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20일 오전에만 시신 37구가 확인되는 등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라면, '키예프 학살'이다. 독립광장 부근에 있는 우크라이나호텔에만 시위대 시신 10구가 놓였고, 흐레슈차틱 거리에서도 시신 3구가 발견돼 이미 이전에 시신 15구가 안치돼 있던 코자츠키호텔로 옮겨졌다. 다른 곳에서 발견된 시신 7구도 곧 이리로 옮겨질 것이라고 호텔에 모여있는 의료진은 밝혔다.  

키예프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 기자들은 시내 곳곳의 호텔이나 공공시설에서 시신의 숫자를 세고 있다. 일부 시신들은 진압 병력의 총탄에 희생된 것이 확실시된다고. 지난 16일 농성을 풀었던 시위대는 다시 키예프시청을 점거했고, 경찰 50명을 억류했다. 드론(무인조종기)을 이용해 촬영된 화면에는 검게 불탄 독립광장과 주변 건물들이 보인다. 내전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폐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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