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극우·극좌 등 이질적 집단들 뒤섞여…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

딸기21 2014. 2. 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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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위가 결국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달았다. 러시아·동유럽전문가인 국민대 국제학부 정재원 교수(43·사진)에게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과 향후 전망을 들어본다.


-우크라이나 시위가 최악의 유혈사태로 흘러간 이유는.


“이미 정부군과 시위대가 맞붙어 며칠 전부터 실탄을 쏘기 시작했다. 무기가 풀린 게 큰 원인이다. 시위대에게도 어디선가 무기가 공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나 동유럽권에서는 총기를 구하는 루트들이 많다. 20일 발견된 시신들은 대부분 총격에 피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서로 여론이 갈라져있기는 하지만 러시아계와 우크라이나계 간 분리 움직임이나 목소리는 없다. 아직은 내전처럼 조직적으로 총격전을 벌이는 것 같지는 않으며, 총기를 가진 시위대와 진압병력이 무력충돌하면서 벌어진 사태로 보인다.”


-반정부 시위대는 주로 어떤 세력들인가.


“옛소련권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현실사회주의를 겪은 나라에는 어디나 좌우 진영이 존재한다. 여기서 좌파는 공산당이 아니다. 옛소련권에서 공산당은 친러시아계 보수세력을 가리킨다. 옛소련권의 자유주의 좌파는 신자유주의적인 개방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좌파와도 다르다. 

거기에 더해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계와 ‘우크라이나 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계는 반소련, 반공산주의 성격이 강하다.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유럽으로 향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극우 신나치주의자들도 있고 유대계 집단도 있다. 출신과 상관 없이 현재의 피폐한 경제상황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 현 정권의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동의 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현대통령에 맞서 거리로 나서긴 했으나 그 안에는 매우 다양한 세력이 있다. 그 중 가장 폭력적인 세력은 극우파와 극좌 아나키스트다. 도저히 어울리기 힘든 이런 집단들이 거리에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어디로 흘러갈까.


“이런 극단적인 폭력사태가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동서 분열과 친서구-친러시아계의 분열은 심각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 때만에도 유혈사태는 없었다. 이번 일은 엄청난 충격이자 상처로 남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국이 어디로 흘러가든, 누가 다음 정권을 잡든 사태가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며 반대 쪽에서는 계속 저항할 것이다. 현재의 친러 권위주의 정권은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친서구파가 잡아도 아래로부터의 지지를 완전히 받긴 힘들다. 설혹 유럽연합(EU)에 가입한다 해도 우크라이나는 주변부가 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빅토르 유셴코 정권 때 신자유주의적 경제개방 정책을 실시하고 친서구 노선을 취했지만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 반작용으로 야누코비치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어느 쪽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우크라이나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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