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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리 1년도 못돼 교체... ‘당내 쿠데타’ 39세 렌치, 최연소 총리후보로  

딸기21 2014. 2. 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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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치권이 1년도 채 못돼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4월 힘겹게 출범한 엔리코 레타(47) 정부가 집권 민주당 내 내분으로 퇴진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민주당 대표인 젊은 정치인 마테오 렌치(39·사진)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14일 레타의 총리 사직서를 받았으며, 이르면 16일 렌치를 새 총리로 지명할 것이라고 ANSA통신 등이 보도했다.

 

렌치는 스스로를 ‘이탈리아의 토니 블레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피렌체에서 나고 자랐으며 피렌체 법대를 졸업하고 29세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시의회 의원과 의장을 거쳐 34세에 시장이 됐다. 젊고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중앙정부와 정치인들의 부패를 신랄히 비판, ‘데몰리션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디어친화적인데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젊은 층의 지지를 확보했고, 지난해 12월 민주당 대표로 뽑히며 중앙정계에서 자리를 굳혔다.

 

렌치는 레타 전총리 시절 민주당 내에서 유일한 대중정치인으로 꼽힐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레타도 젊은 정치인이긴 했지만 카리스마가 없는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77)가 이끄는 우파정당 ‘포르차 이탈리아(이탈리아의 힘)’에 번번이 휘둘렸다. 




 

렌치는 지난 13일 민주당 중앙위원회 회의에 총리교체안을 상정, 찬성 136표 대 반대 14표로 레타 교체를 결정했다. 베를루스코니에 줄곧 시달리던 레타는 예기치 않게 당내 젊은 주자 렌치의 일격을 받고 쫓겨난 꼴이 됐다. 

 

차세대 정치인을 자처하던 렌치는 이 ‘당내 쿠데타’를 앞두고 지난달 베를루스코니와 만나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나이에 중앙정계 경력이 일천한 것과 달리 노련한 정치술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권력을 쥐기 위해 최악의 부패정치인과 손잡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건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베를루스코니는 현행법대로라면 정치생명이 끝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력가에다 미디어들을 장악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중도좌파 연정을 압박해 부활의 끈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일각에선 렌치가 베를루스코니의 지지를 담보로, 선거법 개정 등을 약속해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템포 등 이탈리아 언론들의 반응은 렌치의 무혈쿠데타에 비판적이지만, 대중의 지지를 믿는 렌치는 집권의 길을 착착 다지고 있다. 렌치는 정국에 태풍을 몰고온 뒤 15일 저녁 프로축구팀 피오렌티나(피렌체)와 인테르밀란(밀라노)의 경기를 보러 갔다. 또 유명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와 안경제조회사 룩소티카 경영자 안드레아 게라 등을 내각에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렌치는 여당 대표이지만 현직 의원이 아니다. 그가 총리가 되면 이탈리아 공화정의 163년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이례적으로 ‘현역 의원으로 뽑힌 적 없는 총리’가 된다. 현재로선 그 외에 이렇다할 총리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정치술수와 베를루스코니 부활에 대한 거부감이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아예 조기총선을 치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렌치는 민주당을 이끌고 전국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총선을 피하더라도 신중도당(NCD) 등과의 연정협상에 성공해야 한다. 민주당이 의회 1당이긴 하지만 하원 630석 중 297석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중도당은 “먼제 렌치의 정국운영 계획부터 들어야 한다”며 지지를 미루고 있다. 조기총선을 피하고 연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렌치는 2018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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