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라구람 라잔, 알렉산드레 톰비니... ‘신흥국 위기’ 속 뚝심 보여준 인도·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들

딸기21 2014. 2. 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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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금융위기설’이 돌면서 터키·인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 이른바 ‘취약 5개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 나라들 사정이 다 같지는 않다. 중앙은행이 나서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정책의 갈피를 못잡아 위기를 오히려 부추기는 나라도 있다.

 

그 중 중앙은행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인도와 브라질이다. 서방의 ‘무책임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맹비난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진화하러 나선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 알렉산드레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신흥국발 위기’를 잠재울 두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소수민족 타밀족 출신인 라잔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냈다. 신진 경제학자들에게 주는 미국금융협회 피셔블랙상과 독일 도이체방크 금융경제학상 등을 받은 스타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라잔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05년 퇴임을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맹비난한 글을 발표하면서였다. 그는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했던 그린스펀이 사실은 세계 금융을 위험하게 만들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등은 “난센스”라며 라잔의 주장을 일축했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51. 왼쪽)

인도공과대학(IIT) 전기공학 전공·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박사

시카고대학 경영학 교수

2003년~ IMF 수석경제학자

2012년~ 인도 정부 수석정책보좌관

2013년 9월~ 인도 중앙은행 총재


▶알렉산드레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50. 오른쪽)

브라질리아대학에서 경제학 전공·미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박사

1991년~ 재무부·중앙은행 근무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브라질 대표부 근무

2006년~ 중앙은행 국제업무국장 등 역임

2011년 1월~ 중앙은행 총재


하지만 2008년 모기지 파동에서 시작된 미국 금융위기로 라잔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그는 미국의 계층 분리가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세제 개혁과 소득재분배에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세금을 늘리고 노동자 재교육에 투자해 미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튼튼히 하는 대신, 손쉽게 주택 융자를 늘려주는 것으로 계층 간 격차를 해결하려 했던 게 모기지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2008년 월가의 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인사이드잡’은 라잔의 인터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고, 이 다큐가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라잔은 더욱 유명해졌다. 2012년에는 폴 크루그먼과 라잔이 ‘포린어페어스’에 잇달아 기고하며 미국 경제위기의 해법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지난해 9월 위기설이 불거지자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 총재로 라잔을 발탁했다. 당시 인도 언론들의 반응은 이코노믹타임스 등의 표현을 빌면 ‘록스타에 환호를 보내는 듯’했다. 라잔은 취임 뒤 재무장관과 협의, 금 수입을 통제하게끔 했다. 인도인들의 유별난 ‘금 사랑’ 때문에 달러가 빠져나간다고 본 것이었다. 두 차례 금리를 올려 환율하락을 막았고, 지난달 28일 취임 뒤 세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31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세계 주요국) 금융정책 입안자들이 통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톰비니는 최근 ‘진공청소기’ 발언으로 국제무대에서 회자됐다. 지난달 27일 서방 선진국들의 금리인상이 “신흥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가 될 것”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톰비니는 앞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 중단이 “조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톰비니는 재무부와 중앙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으로, IMF 대표부에서 일한 적 있어 워싱턴 금융기구들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평이다. 2011년 그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하면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전적인 독립성’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작 톰비니 자신은 ‘몸을 낮추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래 신흥국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 수장들의 대응을 비교하면서 톰비니와 라잔, 인도네시아의 아구스 마르토와르도조 중앙은행 총재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올리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국민과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환율이 요동치자 뒤늦게 대응하는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의 중앙은행 수장들은 ‘좌충우돌’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혹평을 들었다.

 

물론 브라질의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헤알화는 올들어서만 3%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25억6100만달러 흑자였지만 흑자규모는 2001년 이후 가장 작았다. 올 1월에는 무역수지가 40억5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물가인상률 6%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톰비니는 지난달 15일 기준금리를 10.0%에서 10.5%로 올렸는데 이달말 추가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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