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 귄터 그라스 등 30여개국 유명 작가 200여명이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6일자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보내는 항의 서한을 실었다.
이들은 러시아 의회에서 지난해 통과된 반(反)동성애법과 신성모독법 등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 지난해 6월 통과된 반동성애법은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담았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도록 했다. 국가두마는 지난해 4월에는 신성모독법안을 통과시켜 종교적 ‘모독’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겉보기엔 종교에 대한 모독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푸틴 체제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왼쪽부터 살만 루슈디, 귄터 그라스, 월레 소잉카
이번 서한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 터키의 오르한 파묵,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넥 등이 서명했다.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과거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형 파트와(포고령)’를 당했던 인도 출신의 살만 루슈디와 <양철북>의 작가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 캐나다의 유명 여성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칠레의 저항 문학가 아리엘 도르프만도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작가 중에는 2012년 박경리문학상을 탔던 류드밀라 울리츠카야가 서명했다. 푸틴의 러시아가 표현의 자유를 ‘조르기(chokehold)’하고 있다며 유도 용어를 사용해 맹비난했다. 푸틴은 널리 알려진 스포츠광이자 유도 유단자다.
뉴욕을 방문한 러시아 '반 푸틴' 펑크록그룹 푸시라이엇 /AP
푸틴은 7일 개막되는 동계올림픽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푸틴은 5일 소치를 방문해 경기장들을 둘러보고 조직위원회를 독려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나라 정상들이 동성애자 차별문제를 들어 소치 올림픽 참석을 거부했으며, 여러 분야에서 푸틴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성애자인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등 스포츠인 52명은 ‘모든 차별을 금지한다’는 올림픽헌장 6조를 들며 지난달 말 러시아의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6조 캠페인’을 선언했다. 보이콧 압력을 받고 있는 거대기업 중에서는 미국 통신사 AT&T가 6일 처음으로 “러시아의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푸틴을 비난한 죄로 체포됐다 풀려난 러시아 여성 펑크록그룹 푸시라이엇은 5일 미국 뉴욕에서 마돈나, 밥 겔도프, 오노 요코, 수전 서랜든, 스팅 등과 함께 국제앰네스티가 주최한 콘서트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인권침해에 대해 푸틴을 직접 비판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푸시라이엇 멤버들을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자,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이를 비판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6일 소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에 “목소리 높여 맞서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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