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시리아 난민 귀환, 온실가스 감축 합의, 쓰나미 상처는 모두 아물다... '2014 가상뉴스'

딸기21 2014. 1. 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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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들이 귀환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협력 속에 유엔은 한 차원 강력해진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내놨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은 오랜만에 웃으며 한 테이블에 앉았다.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상처는 모두 아물었고, 핵 강국들은 핵물질 감축안에 합의했다.”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새 천년의 흥분이 세계를 휩쓴 것도 어느새 10여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2014년은 세계 사람들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 올해의 굵직한 뉴스들을 가상으로 정리해본다. 이 가상뉴스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그 희망을 헛된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것은 모두의 몫이다.




아프간 미군 철수, ‘대테러전 시대’ 역사 속으로

 

새해 벽두부터 분쟁에 휘말린 땅에서 포연을 잠재우는 소식들이 쏟아졌다. 1월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회의에는 반정부 진영이 모처럼 중재국들과 머리를 맞댔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국제 압력에 밀려 대선 일정에 합의했다. 이집트에서는 1월14일과 15일 이틀 동안 개헌안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2월로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낸 ‘아랍의 봄’ 혁명 3주년을 맞은 이집트는 권위주의적인 군부의 정치적 입김과 이슬람 세력의 반발 속에서도 힘겹게 민주주의로의 여정을 밟아가고 있다. 

 

www.voanews.com


아프가니스탄은 4월에 무사히 대선을 치렀으며, 미군은 철수했다. 이로써 ‘대테러전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년 벽두인 1월 초 중동을 찾아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피땀 어린 중재 끝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켰다.

 

군부 쿠데타 우려 속에 치러진 2월2일 태국의 조기 총선에서는 친탁신·반탁신계의 대립이 재연됐지만 큰 충돌 없이 끝났다. 5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는 반부패와 빈곤타파를 내건 정당들이 약진했고,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우익정당의 정권 탈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의 계속된 민주화 조치로 아웅산 수지 여사의 차기 대선 출마길이 열렸으며, 무슬림 소수 부족인 로힝야족 일부가 난민 신세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유엔, 중국 협력 속 온실가스 감축 방안 재탄력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후변화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환경오염으로 성장에 발목을 잡힐 상황이 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유엔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힘이 실렸다. 12월1일부터 12일 동안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 이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던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다시 각국이 합의했다. 


wikipedia


3월24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도 고무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취임 뒤 외쳤던 ‘핵 없는 세상’ 비전에 세계가 다시 공감했다. 3대 의제였던 전 세계 핵물질 총량 감축, 핵·방사성물질 관리체제 개선, 핵 관련 국제협력 강화에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6월 초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와 11월 열린 호주 브리즈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시리아 해법으로 정면충돌할 일이 없어진 덕분인지 한결 긴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지난해 양자 회동 뒤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외면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처럼 한 테이블에서 미소를 지었다.


REUTERS/Ina Fassbender


쓰나미 등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다

 

1914년 6월28일, 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된 ‘사라예보의 총성’이 울렸다. 유럽에서는 1차 대전 발발 100년을 맞아 역사를 되돌아보는 행사가 이어졌다. 경제위기 이후 반이민, 반유럽 분위기가 강했던 유럽에서 다시 공동체로 향해가는 흐름이 힘을 얻었다. 올해부터 자유화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인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안간힘 쓰던 영국, 흑인 여성 장관에게 바나나를 던지던 이탈리아, 반이민을 외치는 우익들의 목소리가 커졌던 북유럽에서도 과거에 대한 성찰과 함께 ‘유러피언 드림’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4월7일은 세계에 큰 충격을 안긴 르완다 ‘제노사이드(인종학살)’가 벌어진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르완다의 과거사 청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4월20일은 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리보니아 재판’ 50주년이었다. 12월5일에는 만델라 1주기를 맞아 남아공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서로 나눴다. 미국은 역사적인 민권법 50주년(7월2일)을 맞아 인권과 평등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2년차에도 순탄치 않은 정국을 맞아야 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고전을 겪었지만,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인상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www.telegraph.co.uk


인도양 쓰나미가 아시아를 덮친 지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12월26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쓰나미로 숨진 23만명을 기리는 행사들이 열렸다. 학자들은 동남아 각국 바닷가에 천연 방파제 격인 망그로브숲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경제 기지개…신흥국 성장 속 서방은 침체기

 

금융위기 후 세계 경제는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이 성장을 이끌고 서방 선진국들은 침체기를 걸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구도가 2013년 뒤바뀌기 시작해 2014년 선진국의 성장 견인 역할이 더 커졌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예상한 대로 3% 후반대 성장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은 단단해졌고, 노동시장도 호전됐다. 2014년 일자리가 월평균 19만8000개씩 늘어 7월에는 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소비도 살아났다. 투자는 더뎠지만 기업들이 현금 비축분을 풀면서 정상화가 빨라졌다.

 

AP Photo/Jacquelyn Martin


유럽은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다.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스페인·아일랜드가 일어서기는 했으나 프랑스·이탈리아는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등 정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내에서는 독일이 그나마 1.5%대로 성장했고, 비유로존인 영국도 강세를 보였다. 


한 해 동안 세계 경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2월 취임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었다. 옐런 휘하의 연준은 연초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했다. 테이퍼링으로 선진국 자금이 빠져나가 경상수지 적자폭이 큰 인도 등의 신흥국에 타격이 전해졌다. 정치 불안 등 복병이 많은 신흥국의 2014년 행보는 중국에 좌우됐다. 중국은 올해도 7% 이상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엔저를 몰고 온 ‘아베노믹스’로 디플레이션이 끝나가는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빠르게 진행하지 못해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행보는 계속되다

 

종교를 막론하고 세계인들의 가슴에 다가선 교황 프란치스코는 3월19일로 즉위 1년을 맞았다. 낮은 곳,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교황의 행보는 2014년에도 계속됐다. 부활절에는 바티칸에 빈민과 노숙자들이 초대받아 축제를 즐겼다. 지중해의 난민 기착지인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은 교황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촉구한 덕에 난민 처우가 한결 좋아졌다. 교황은 5월에는 중동을 방문해 팔레스타인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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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 정보감시 파문의 주인공 에드워드 스노든은 6월6일 폭로 1년을 앞두고 오바마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가 남긴 자료들은 계속 폭로됐다. 각국에서 정보기관들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개혁 조치들이 뒤를 이었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낸 호세프는 10월 대선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대미관계 개선과 제재 해제를 이끌어내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뉴호라이즌호는 8월24일 해왕성 궤도를 통과했다. NASA의 무인우주선 ‘오리온’도 9월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미국 뉴욕에는 세계무역센터 새 건물이 완공됐고, 중국 상하이에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상하이타워가 들어섰다.

  

구정은·김보미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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