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을 한달여 앞두고, 러시아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중부 볼고그라드의 기차역에서 자폭테러로 16명 가량이 숨진 지 하루만에, 30일 볼고그라드에서 다시 테러로 보이는 폭발이 일어나 10명 이상이 숨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소치에서 690km 떨어진 중부 볼고그라드에서 30일 오전(현지시간) 또다시 테러가 일어나 1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의 타깃은 시내를 운행하는 트롤리버스(무궤도전차)였다. 목격자들은 볼고그라드 시내 드제르진스키 시장 부근을 지나던 트롤리버스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며 시신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는 처참한 현장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중부 볼고그라드의 시내버스가 30일 일어난 폭탄테러로 부서져 있다. 사진 RIA NOVOSTI
인구 100만명의 볼고그라드는 이슬람 분리주의 반군들이 활동하는 체첸자치공화국과 다게스탄자치공화국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여서, 반군들의 주요 공격목표가 돼왔다. 전날에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볼고그라드1 기차역 입구에서 여성 자폭테러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이 벌어져 14~18명이 숨졌다. 앞서 10월에는 시내 버스정류장에 멈춰서 있던 버스에서 여성 테러범이 자폭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기차역 테러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와중에, 만 하루도 안돼 다시 테러로 추정되는 참사가 일어나면서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국장인 반다르 왕자는 러시아 당국에 “소치 올림픽을 노린 극단세력의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모스크바에서 화학공장 등을 공격하려던 테러 음모가 잇달아 적발됐다.
정부는 지난 7월 이후 경계태세를 강화하며 대대적인 반군 조직 색출작전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내년 2월 7일 개막되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강한 러시아’를 선보이는 홍보무대로 삼기 위해 성공적인 개최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극단세력과의 전쟁에 실패했듯, 푸틴이 벌여온 러시아판 ‘테러와의 전쟁’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테러공격을 주로 저지르는 이들은 남부 체첸자치공화국에 인접한 다게스탄자치공화국에 둥지를 튼 ‘샤리아트 자마트’, ‘이슬람 캅카스 에미리츠’ 같은 무슬림 반군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줄곧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분리운동을 벌여왔다.
2007년 푸틴의 신임을 받는 람잔 카디로프가 체첸의 대통령이 되면서 무자비한 반군 탄압에 나서자, 이슬람 조직들은 대거 다게스탄으로 넘어갔다. 지난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공격한 차르나예프 형제도 다게스탄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체첸계 이민2세였다.
반군들의 근거지가 체첸에서 다게스탄으로 옮겨갔을 뿐, 테러는 사라지지 않았다.러시아 반테러위원회는 이번 연쇄테러가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28일에도 성명을 내고 다게스탄의 이슬람반군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살된 사람은 이슬람 아티예프라는 젊은 과격파로, 다게스탄 반군조직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마로프는 소치올림픽을 겨냥한 공격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던 인물이다.
푸틴 정부는 2002년 모스크바극장 인질사건, 2005년 북오세티야 베슬란초등학교 인질사건 등 체첸계 반군의 공격이 벌어질 때마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사하는 강경진압으로 일관했다. 러시아 정부와 체첸의 친푸틴 정부가 탄압을 할수록 테러범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잇단 테러의 범인들은 정부군에 숨진 반군의 아내, 이른바 ‘블랙 위도(검은 과부)’들이었다. 남편 혹은 연인을 잃은 여성들이 몸에 폭발물을 두르고 공공시설을 노리는 것이다. 반군조직들은 알카에다와 느슨하게 연계돼 기술과 돈을 지원받으며 캅카스로 통칭되는 러시아 중부 지역에서 연간 수백건씩 테러공격을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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