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노는 엄마, 노는 딸] 모로코 페스, 비오는 모스크와 태너리(가죽 염색장)

딸기21 2013. 10. 28. 17:34
728x90

10월 29일, 계속 이어서


아타린 메데르사에 이어 우리가 들른 곳은 9세기에 지어진 뒤 계속 증축됐다는 카이라윈 모스크다. 몇번이나 언급했지만, 변방의 보수파인 모로코에서는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이 모스크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들의 룰을 존중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조치다.
순니 무슬림의 본원 격인 이집트의 그 유명한 알아즈하르조차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데, 대체 모로코의 사원들은 왜! 왜! 모스크는 다리 아픈 이들 잠시 들어가 쉬면서 고즈넉이 마음 다듬고 나오는 곳이 아니냐는 말이다... 



아타린 메데르사


메디나를 돌다가 일본인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던 모로코인 가이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카사블랑카의 모스크가 정말 멋있단다. 그래서 “그건 새거라면서요”라고 해줬다. 카사블랑카의 초거대 모스크는 타계한 하산2세 때인 1993년인가 완공된 건데, 왕실의 권위를 자랑한다고 메카의 모스크 다음으로 크게 지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역시 아타린 메데르사


예전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자기 이름을 내건 어마어마한 규모의 모스크를 지으려고 했다. 바그다드에서 그 콘크리트 더미(하도 커서 꼭 테마파크처럼 보였다) 짓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완공하지 못한 채로 나라가 뒤집어졌다. 지금 그 모스크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권위주의자들이 하는 짓이란. 카사블랑카의 하산2세 모스크는 모로코에서 유일하게 비무슬림 관광객들에게도 개방되는 곳이라고 하니, 그렇다면 스스로도 ‘신성하지 않은 곳’이라 자임하는 셈 아닌가.


각설하고, 우리 모녀는 카이라윈 모스크에 용케도 들어왔다. ‘언어의 마술’이 실은 조금 섞여 있었다. 모스크 앞에서 관광객을 걸러내던 아저씨는 영어를 못하고, 어떻게든 모스크에 들어가보려던 관광객인 나는 아랍어를 못 하고. 그래서 아저씨는 옆에 있던 모로코 아가씨에게 나를 시험해보라 했다. 무슬림이 맞는지 보기 위한 것이다. 


카이라윈 모스크


나는 ‘이슬람의 다섯 기둥’ 중에서도 첫번째인 샤하다 즉 신앙고백을 했다. 아랍어(이 참에 외워두자- 아슈하두 안 라 일라하 일랄라 와 아슈하두 안나 무함마단 라술룰라)를 알 리가 없으니. 영어로 말했다.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예언자이다.” (데어 이즈 노 갓 익셉트 알라. 알라후 아크바르 아, 쓰고 보니 무식한 느낌이 폴폴)

귀여운 아가씨는 아저씨에게 내 말이 맞다고 증언해주었고, 나와 요니는 마라케시의 수크에서 산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모스크로 들어갔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모스크에 들어갔냐면... 좋기 때문이다. 나는 모스크가 좋다. 그 안에 잠시 앉아 머무는 고요한 시간이 좋다. 이스탄불에서도, 카이로에서도, 바그다드에서도,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도. 카이라윈 모스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남자들은 이 대리석 안뜰에서 발 씻는 의식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여자들은 한켠에서만 있으라 하네. 흥.


건물은 오래지 않은 과거에 증축한 듯 싶었다. 계속 쓰는 건물이라서 오래된 것과 새것이 섞여있는 듯했다. 정작 내부 구경은 제대로 못 했다. 구경하라고 개방해놓는 곳이 아니므로. 한쪽에 타일 마당 이쁘게 깔아서 맨발로 다니는 것은 좋아보였다. 뭣보다 물로 싹 씻어내릴 수 있으니. 마침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다.

나중에(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집을 짓는다면, 모스크처럼 짓고 싶다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잠시 해보고... 안마당을 흙바닥에 면한 나무데크와 수반 있는 타일마당으로 삼분하는 거다. ㅎㅎ 흙마당엔 채소 좀 심고 나무데크에 화분과 테이블 놓고 차양 치고, 수반 있는 타일마당엔 가벼운 소파나 벤치랑 쿠션 놓고. 캬캬캬. 이제 땅사고 집만 지으면 되겠다.



이것이 유명한 페스의 태너리, 가죽 씻고 염색하고 무두질하고 옷이니 가방이니 만드는 곳이다. 암모니아로 털에 붙은 박테리아니 뭐니 씻어내는데, 자기네들은 천연암모니아 즉 비둘기 똥으로 한단다. 가죽 다루는 곳 주변은 가죽 자체의 냄새에 그 똥냄새까지 섞여서 그런지 냄새 장난 아니다. 빨간 가죽점퍼 샀는데 냄새가 그야말로 똥냄새. 일단 넣어두고 나중에 냄새처리해서 입어야 할 것 같아.


10월 30일 화요일


페스에서는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둘째날에는 낮에 커피숍에 쳐박혀있다가(오렌지주스 두잔 50디르함. 완전 젠장) 점심 먹고 호텔 들어와 천막 쳐진 옥상 소파에서 뒹굴뒹굴. 눅눅하고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면 참을만 하다. 


점심은 맞은편 골목 식당에서 전기구이 통닭에 감자튀김과 사프란밥, 달콤쌉싸름한 민트티. 너무 맛있어, 너무! 하지만 식당 안엔 손님은 없고 고양이들 뿐. 드럽당. 요니가 민트티 엎어 더 드럽게 만들고 나옴. 아저씨 미안해요, 음식도 1인분 밖에 안 시키구선... 

싼티나며 예쁜 유리잔과 주전자를 사가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들고다닐 방법이 없어 포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