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호주 산불 '기후변화 논란'에 앨 고어도 가세

딸기21 2013. 10.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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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숲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대형산불을 놓고 ‘기후변화 관련성 논쟁’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21일 유엔 기후변화협약(FCCC)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사무국장의 발언이었다. 피게레스는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유명 저널리스트 크리스티안 아만포어와 대담하면서 호주 산불이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유럽, 호주에서 열파(熱波)가 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또 잦아질 것임을 과학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23일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멜버른에서 3AW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피게레스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talking through her hat)”고 비난했다. 애벗은 “산불은 호주에서는 (늘 있는) 경험의 일부”라며 “이 대륙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로 산불은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www.smh.com.au


애벗의 발언에 ‘무지의 소치’라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수십년간 담배회사들의 후원을 받으며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미국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고어는 “기온이 올라가고, 토양과 식생이 말라붙고, 산불이 일어나고, 점점 더 화재가 심해진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과학계가 말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에는 “과학자들의 수십년 연구를 애벗이 뒤집으려 한다”는 기고가 실렸다. 호주 기상청 산하 산불협력연구센터와 지질국은 이미 지난 2007년 “이전 30년간의 통계 분석 결과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요인으로 산불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차원의 대응기구인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도 내년에 공식 발표될 보고서 초안에 “2020년까지 기후변화 때문에 호주의 산불 발생일수가 30%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광범위한 지역을 뒤덮는 초대형 화재, 이른바 ‘메가파이어(megafire)’는 세계 곳곳에서 1990년대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랑스 남부, 그리스·이탈리아 등 남유럽, 호주의 반건조 지대에서 이런 대형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 www.smh.com.au


당장 이번 호주 산불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남반구인 호주의 올여름은 유난히 일찍 와서, 이달들어 35도에 이르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산불은 수십 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났고 24일까지도 60여곳에서 화재가 진화되지 않고 있는데, 그 중 일부는 군부대 훈련 때문에 발생했고 일부는 10대들의 방화로 일어났다. 호주 삼림의 90%를 이루는 유칼립투스 나무는 이파리에 기름성분이 많아 산불에 약하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이미 수만ha가 잿더미로 변했고, 이웃한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도 연기구름에 덮였다. 24일 소방용 비행기를 몰던 조종사가 추락해 숨진 것 외에 인명피해는 없지만 대규모 대피령에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그레그 헌트 호주 환경장관은 총리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bbc방송의 질문에 “기후변화와 산불은 관련이 없다고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다만 헌트는 “총리도 기후변화의 심각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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