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실시된 룩셈부르크 총선에서 장클로드 융커(58·아래사진)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사회인민당(CSV)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민주선거로 뽑힌 국가지도자 중 현존 최장기 집권자인 융커는 18년간 차지해온 총리직을 더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현지 일간 룩셈부르커보르트 등은 융커가 이끄는 기독사회인민당이 33.7%를 득표, 전체 의석 60석 중 23석을 얻게 됐다고 21일 보도했습니다. 이는 2009년 총선 때 얻었던 26석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제1당 자리는 지켰네요. 이로써 융커는 향후 이뤄질 연정 구성 협상에서 우선권을 얻게 됐습니다.
철강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8세의 젊은 나이에 내각에 입성한 융커는 재무장관을 거쳐 40세이던 1995년 총리가 됐습니다.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와 ‘유러피언 드림(유럽의 이상)’을 중시해온 유럽통합주의자로 유명하지요. 유로화를 쓰는 17개 나라 모임인 유로그룹 의장을 8년간 겸임하다 지난 1월 물러났습니다. 유머감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AFP통신은 "known for his dry sense of humour"라고 썼네요 ㅎㅎ
하지만 달변에다가 유럽의 두 축인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중재자·협상가로 이름 높았습니다. 융커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는 독일어로 생각하고, 독일어로 말할 때는 프랑스어로 생각한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두 언어에 능통합니다. 강국들 사이에 낀 인구 54만명의 작은 대공국을 이끌면서도 국경을 넘어선 안목이 있었기에 유럽을 이끄는 정치인이 됐겠지요. 차기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물망에도 오르는 모양입니다. 정치적으로 중도 우파이지만 자유로운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단순한 사고방식에는 거부감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럽 정치에만 몰두하면서 국내문제를 제쳐뒀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최근 커졌습니다. 지난 7월에는 정보기관의 권력남용과 부패가 드러나 사회당과의 연정이 깨졌고, 융커는 정보기관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다시 승리함으로써 일단 국민들의 재신임을 받은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좌파 진영의 사회당(13석), 민주당(13석), 녹색당(6석)이 융커의 손을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좌파 정당들이 융커를 배제한 채 연정을 구성, 제1당을 제끼고 집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융커는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연정 파트너로 특정 정당을 우선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어떤 정당과도 손잡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우선은 지난 총선때보다 의석 4석을 더 얻으며 약진한 민주당에 손을 내밀 것으로 관측됩니다. 리버럴 정당인 민주당은 룩셈부르크 시장이기도 한 40세의 젊은 지도자 사비에르 베텔이 이끌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베텔이 융커와의 연정보다는 좌파 간의 연정을 선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룩셈부르크는 바로 저 원 안의 초록 점.
확대해 보면 이렇습니다.
룩셈부르크.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사실 뉴스에서 접할 일은 거의 없는 나라죠.
독일·프랑스 사이에 낀 면적 2600㎢의 작은 나라입니다. 1815년 독립했고, 명목상 국가수반인 앙리 대공(58)이 이끄는 입헌군주국입니다. 1868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대공이 내각을 구성하고 의회를 해산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1919년 이래로 대공이 이런 권한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60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는 임기 5년에 단원제입니다. 정당지지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고요. 의회 외에 형식상 대공의 임명을 거친 21명의 시민들로 이뤄진 국민협의회(Conseil d‘Etat)가 있어서, 의회의 입법을 보완·자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분이 앙리 대공. 미남이시네요.
룩셈부르크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요. 사실 뭐 나라도 작고, 주로 프랑스와 독일과 벨기에 사이에 끼어서 먹고 살아갑니다. 인플레가 적고 실업률은 낮고. 부럽죠? ㅎㅎ 전통적으로 철강산업이 강하다가 화학분야가 약진했고, 근래에는 금융부문이 엄청 커졌습니다. GDP의 27%가 금융부문에서 나온답니다.
이것은 좋은 점이기도 하고 취약점이 되기도 하겠지요.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경제위기 때 이 나라 정부도 은행권에 돈을 많이 퍼부어서 지탱시켰습니다. 그래도 국가재정은 유럽 어느 나라보다 튼튼한 편입니다. 스위스나 버진아일랜드 정도는 아니더라도 낮은 세금으로 조세회피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유럽 각국의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부자나라로 소문났지만 구매력기준 연간 1인당 GDP는 2010년 8만3100달러,2011년 8만2500달러, 지난해 8만1100달러로 조금씩 줄었습니다. 명목상 1인당 GDP가 10만달러가 넘는 것에 비해, 실질적인 소득에 가까운 구매력기준 GDP는 더 떨어지네요.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런가...
그럼, 그냥 끝나면 섭섭하니 경치 구경...
위 사진들은 visitluxembourg.com 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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