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불가리아, 로마소녀 '마리아' 생모 가정 해체키로...돈없는 부모의 자식은 국가가 입양시킨다?

딸기21 2013. 10. 31. 17:34
728x90

그리스의 로마(집시) 거주지역에서 발견된 소녀 마리아에게서 시작된 논란이 끝나지 않고 있네요. 


불가리아의 로마 여성이 돈이 없어 마리아를 입양보냈던 것으로 드러나자, 불가리아 당국이 생모가 키우던 다른 자녀들마저 위탁시설이나 입양가정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30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불가리아 당국은 마리아의 친엄마인 사샤 루세바(35)가 키우고 있던 자녀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역시 로마족인 루세바와 남편은 두살에서 스무살에 이르는 자녀 9명을 데리고 수도 소피아에서 270km 떨어진 니콜라예보의 허름한 방 한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옷조차 제대로 갖춰입지 못했고, 사실상 진흙 바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해 불가리아어를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들 가족의 비참한 생활은 불가리아 방송들을 통해 낱낱이 공개됐고, 로마 거주민들을 이런 상태로 방치한 데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리아의 엄마 사샤 루세바. 사진 Guardian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부부의 아이들 중 나이가 어린 4명을 입양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니콜라예보 지역 복지책임자인 디아나 카네바는 로이터통신에 “또 다른 아이 두 명은 국영 복지시설로 보내고 한 명은 친척 집에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게 될 자녀 7명 외에 맨 위의 두 자녀는 18세가 넘은 성인이기 때문에 당국이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카네바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로마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복지제도를 통해 보호해주는 대신 사실상 ‘해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루세바 부부는 복지연금을 받고 있지만 모두 일자리가 없어 가난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국은 이 때문에 루세바가 그리스 로마 부부에게 마리아를 내주고 돈을 받은 것은 아닌지도 조사하고 있다는데요. 


루세바의 아이들을 이곳 저곳에 맡기기로 한 것은, 로마 부부에게 아이들을 키울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판단을 깔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돈 없어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우는, 혹은 못 키울 것으로 보이는, 스스로 이미 아이를 입양시킨 경험이 있는, 아이를 포기할 의사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국가가 입양시키고 여기저기 맡겨도 되는 걸까요. 


교육도 못 받고 그렇게 사느니 다른 가정에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면서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겠지요. 이 가족이 '로마'가 아니었다면... 보통의 불가리아 사람들이었다면 과연 이 나라 정부가 이렇게 결정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불가리아 정부는 그리스측에 요구해 현재 아테네의 보호시설에 맡겨져 있는 마리아를 불가리아로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대로라면 마리아는 낳아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 모두에게서 떨어져 불가리아의 또다른 위탁시설이나 가정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마리아를 키우고 있던 그리스 로마 부부는 루세바가 가정형편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마리아를 자신들에게 맡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스 당국은 로마 부부가 서유럽 출신 아기를 납치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루세바와 마리아의 관계가 DNA검사로 확인됐습니다. 로마 부부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금발에 푸른 눈'이라는 것 때문에 서유럽국들이 난리를 쳤는데, 사실 인종이란 웃기는 거지요. 표현형질이 걸러걸러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혼혈이 많은 로마인들 사이에서 금발이나 푸른 눈이 가끔 나타나곤 한답니다. 마리아가 애시당초 '로마인에게서 데려와 로마인이 키우던 아이'였다는 게 알려졌다면 과연 유럽 언론들이 그렇게 난리를 쳤을지.


그런데도 마리아를 키우던 부부는 마리아를 그리스 당국에 빼앗겼습니다. 입양한 부모가 가난하다고 국가가 아이를 빼앗아가는 것 또한, 이들이 '로마'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그리고 이제와서 불가리아는 마리아를 다시 데려오겠다는 건데... 참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정부들인 모양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