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크리스티앙 루부탱, "내 구두 사진 쓰지마" 극우단체에 승소

딸기21 2013. 10. 15. 16:21
728x90

밑바닥에 빨간 가죽을 댄 고가의 구두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이 벨기에 극우파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벨기에 안트베르프 무역법원은 14일 루부탱이 ‘이슬람에 반대하는 여성들’이라는 극우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루부탱의 구두가 등장하는 반이슬람 캠페인을 중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왼쪽부터)벨기에 극우파 정치인 판 데어미어슈, 루부탱 구두를 신은 판 데어미어슈의 다리를 이용한 반이슬람 광고,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 사진 scallywagandvagabond.com



이 단체는 이슬람 샤리아(성법)가 반여성적임을 부각시키는 캠페인을 하면서 루부탱의 스틸레토 힐(뒷굽이 매우 높은 구두)을 신은 여성의 맨 다리를 광고에 내보냈다. 광고에는 이런 신발을 신을 경우 샤리아에 따라 ‘투석’ 형벌을 받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광고에 출연한 여성은 미스 벨기에 출신 정치인인 앙케 판 데어미어슈 상원의원으로, 현재 우익정당 플라암스 벨랑에 소속돼 이민자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정당은 벨기에가 ‘이슬람화’하고 있다며 최근 몇년간 계속 극우단체들과 손잡고 선동적인 캠페인을 해왔다.

루부탱은 이들의 광고가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루부탱은 부모 모두 프랑스인이지만 서아프리카 카메룬 이주자의 혈통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스스로 “우리 가족은 아주 프랑스식이지만 나는 별로 그렇지 않다”, “이집트 문화를 통해 내 (작품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비유럽적인 문화적 요소들을 강조해왔다. 

법원이 루부탱의 손을 들어주자 극우파는 반발하고 있다. 플라암스 벨랑의 필립 드빈터 대표는 트위터에 루부탱의 구두 밑창을 노란 색으로 바꾼 구두가 나오는 사진을 올렸다. 판 데어미어슈는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판 데어미어슈는 지난달 법원에도 루부탱의 힐을 신고 출두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