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국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군부의 압박에 밀린 무르시 정부가 연립정부 구성과 개헌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사퇴 요구는 계속 일축, 극도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3일 오후(현지시간) “연립정부가 정치적 교착상태를 풀 해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무르시는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무르시는 전날 발표한 정국 수습 ‘로드맵’에 들어 있던 연립정부 구성안을 다시 내놓으면서 이를 위한 ‘대화’를 할 것을 제시했다. 또 이슬람주의를 강조한데다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줘 ‘파라오 헌법’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헌법을 일부 수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시위대와 군부가 요구한 대통령직 사퇴와 대선 실시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향후 절차들을 관리하기 위해 국민적인 참여에 바탕을 둔 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포함해, 헌법적 정통성에 바탕을 둔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정치세력들이 총리 선출을 두고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시는 또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도 ‘국민적인 화해’를 호소하면서 연립정권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 al Ahram Online
무르시의 대변인인 게하드 엘하다드는 같은 시각 트위터에 “정치적 행위자가 아닌 군과는 아무 것도 협상할 수 없다”면서 “군은 사령관의 지휘 아래 부대에 머물러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친 무르시와 반 무르시 구도는 며칠 전의 일이고, 이제는 친 민주주의와 친 군부만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의 이슬람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희석시키고 ‘군부 대 반군부’의 구도로 옮겨가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군부는 지난 1일 무르시 정권에 사태를 수습하고 야권과 권력분점에 나서라며 48시간 시한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무르시는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면서 군부의 요구를 일축해왔다.
군은 최후통첩 시한인 이날 오후 3시30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거나 향후 방침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낮 카이로 시내 국영방송국을 군용차량으로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 미디어를 장악했다. 이 때문에 무르시 정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밝혀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현지 언론 알아흐람은 군부가 시한을 넘기도록 침묵하는 가운데 “무르시가 (군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문이 전해지면서 시위대가 모여 있는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때이른 자축의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하루 종일 무르시 지지세력과 반대 세력이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곳곳에서 대치하면서 23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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