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유서깊은 도시 알레포 시내에서 한 여성이 2일 지나가는 남성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찾고 있다. 이 여성의 아들인 모함메드 카타는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수레를 끌고 다니며 커피를 팔아 살림에 보태는 14살 소년이었다. 카타는 지난달 샤아르 거리게 있는 자기 집 옆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에 반대하며 내전을 벌이고 있는 반정부군에게 ‘처형’됐다.
누군가가 커피를 공짜로 달라고 하길래 “예언자(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와도 그렇게는 안 돼요”라면서 웃으며 거절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나가다 이 말을 들은 반정부군 병사들이 ‘신성모독’을 저질렀다며 소년을 구타한 뒤 이슬람 성법인 샤리아를 들며 그 자리에서 살해한 것이었다. 이웃사람들의 외침을 듣고 집에서 맨발로 뛰어나온 카타의 부모도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 후 카타의 어머니는 아들을 죽인 자들을 찾겠다며 한달 가까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영국 BBC방송이 전한, 반정부군 치하 시리아의 암울한 풍경이다.
지난달말 반정부군은 가톨릭 신부를 참수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바티칸은 2일 “시리아 북부 가사니야의 수도원에 있던 49세의 프랑수아 무라드 신부가 희생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지난 5월에는 반정부군의 ‘식인 동영상’이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슬람 수니파 반정부군들이 시아파 주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뉴스도 아니며, 정부군과 반군 모두 사린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반정부군이 모두 잔혹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며, 수니 극단주의 조직으로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는 반정부군 일파 ‘알누스라 전선’의 병사들이 주로 이 같은 짓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인도적인 전쟁범죄 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반정부군을 지원해온 미국과 서방, 아랍국들은 갈수록 곤혹스런 처지가 되고 있다.
반정부군은 2011년 튀지니와 이집트, 리비아에서 벌어진 ‘아랍의 봄’의 영향을 받아 알 아사드 세습 독재정권에 맞서는 싸움을 시작했다. 시리아 야권과 반정부군 조직 대부분은 알 아사드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지만, 내전이 2년째에 접어들면서 외부 극단주의 세력의 개입이 크게 늘었다.
카타의 어머니는 로이터통신에 “아들을 죽이지 말아달라 애원했으나 그들은 끝내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인들이 시리아인들과는 다른 억양의 아랍어를 썼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알누스라 전선 병사들의 짓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극단세력의 횡포는 점점 더 시리아인들을 짓누르고 있다. 올 3월 이후 반정부군 수중에 떨어진 알레포에는 샤리아 법정이 세워졌다. 주민들은 독재정권 치하에서 탈레반 같은 극단세력의 공포정치 속으로 옮겨간 셈이 됐다.
알레포의 샤리아 법정을 이끄는 ‘재판관’은 아프가니스탄 식으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탈레반과 비슷한 복장을 한 압둘라 모함메드 알리라는 청년이다. 얼마전 택시를 훔친 남성 4명이 이 법정에 끌려오자 알리는 공개 태형을 선고했다. 알리의 샤리아 법정은 알누스라 전선의 비호를 받고 있다.
알누스라 전선은 ‘대(大)시리아인들을 위한 방어 전선’의 약칭으로, 내전이 본격화된 지난해 1월 창설됐다. 아부 모함마드 알골라니라는 인물이 지도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라크 극단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와 연계돼 있다.
알누스라 전선의 병력은 약 6000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알레포와 다마스쿠스, 알미단 등지에서 폭탄공격을 일으켜 도시와 유적을 파괴한 것도 이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국경을 드나들며 유혈사태를 저지르면서, 시리아를 넘어 이라크에까지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뒤 “되도록 빨리 시리아 사태를 논의할 국제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미국과 러시아는 이달 중 시리아 반정부군 여러 세력을 모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정부군 지원 문제로 이견과 혼란이 거듭돼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인육을 먹는 자들을 지원해줄 것이냐”며 공공연히 서방을 비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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