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대사가 9일 “시리아 반정부군이 화학무기인 사린을 제조·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서방과 러시아·시리아 간 화학무기 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추르킨 대사는 반정부군이 지난 3월 알레포에서 맹독성 신경가스인 사린을 공격무기로 썼다고 말했다. 알레포에서는 당시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으며, 이후 알레포는 몇달 간 반정부군에 장악됐다. 하지만 화학무기 사용 논란이 일면서 국제 여론은 둘로 갈렸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대량살상무기(WMD)인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금지선’을 넘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 측은 “반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썼다”고 맞섰다.
지난 5월 유엔 산하 시리아 조사위원회의 한 위원이 “반정부군이 사린을 사용한 듯하다”고 말하면서 사린 논란은 반정부군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 발언은 시리아 난민이나 알레포 주민들을 치료한 의료진을 통해 들은 ‘정황’을 가지고 추론한 것이었고, 유엔은 곧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반면 추르킨 대사의 발표는 성격이 다르다. 화학무기 의혹이 불거진 알레포의 칸 알아살 지역의 토양을 채취해 러시아 전문가들이 정밀분석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추르킨 대사는 칸 알아살을 비롯해 알레포 일대 세 곳에서 화학무기가 쓰였다는 내용을 담은 80쪽짜리 보고서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추르킨 대사는 또 알레포에서 사용된 사린이 “화학전 용도로 대량생산된 것이 아니라 소규모로 최근에 제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정부군이 직접 ‘제조’까지 했다는 뜻이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사린 등 화학무기를 비축해놓고 있으며, 시리아 내에서 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든 정부 보유분이 흘러나온 것일 거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측 주장에 미국은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 정부를 제외한 다른 세력이 화학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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