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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 합의, 그후 20년

딸기21 2005. 9. 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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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오는 23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유가 대책과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한 평가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또한 1985년 9월22일 미국, 일본 등 5개국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엔-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던 `플라자 합의' 이후 20년 만에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5개 선진국이 밀실 회합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환율 강제조정'이라는 충격파를 안겼던 플라자 합의 이후 세계는 `글로벌화'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또한 미국의 적수는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이번 G7 회의는 지난 20년간 이뤄진 변화상을 드러내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또한 26일로 예정된 미-중 섬유협상을 앞두고 `중국 의제'가 21세기 핵심 화두임을 재확인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에서 위안화로

지난 20년간 경제적으로 극심한 부침을 겪었던 일본의 언론들은 플라자합의 20주년을 맞아 세계 경제의 변화상을 분석하는 기사들을 연달아 내보냈다. 당시에는 엔화 때문에 각국 정부가 이른바 `협조 개입'에 합의했지만 지금의 현안은 엔화가 아닌 중국 위안화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은 같지만 `상대'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지난 7월초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각국은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가했지만 정작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환율개혁 대상국가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대립을 피했다. 

이후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했지만 절상 폭은 2%에 그쳤다. 미국을 비롯해 G7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성명에 어떤 표현이 담길 것이며, 중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주역들의 등장... 밀실에서 `극장'으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5개국 재무장관은 20년 전 비공개 회합으로 환율 조정을 결정했다. 환율시장에서는 급속히 엔고(高)와 달러 약세가 진행돼 `강대국간 합의'의 위력을 보여줬다.
동시에 플라자 합의는 경제 글로벌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충격 요법'으로 위기를 해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화는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양날의 칼이 되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비밀 회동으로 시장을 `강제 조정'한다는 것은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은 자국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의 유출 겁내야 하는 처지가 됐고, 따라서 `제2의 플라자합의'와 같은 강제조치는 힘들다는 것.

G7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많다. 플라자 이후 2년 뒤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가세, G7이 결성됐지만 최근 들어 중국 등 신흥국의 중요성이 커진 반면 정책 협조는 더욱 어려워졌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통화위기는 `글로벌 관리체제'의 무력함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G7은 시장을 관객으로 하는 일종의 극장이지만 최근에는 상설 영화관처럼 되어버려 효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 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소위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신흥국의 존재가 크게 부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중국이 세계 7위를 차지해 9위인 캐나다를 눌렀다. 인도는 10위로 부상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고유가와 환율 문제는 G7 국가가 아닌 산유국들과 중국의 협력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중국이 이번 회담에 세 번째로 초청돼 명실상부 `G8'이 됐다는 것은 그 반증이다.

`고유가'의 성격이 변했다

플라자 합의의 배경에는 70년대 말~80년대 초반의 오일 쇼크가 있었다. `고유가'라는 현상은 지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시엔 일시적 쇼크였던 반면 지금은 수급불안이 상시화됐다는 점이 큰 차이다.


G7은 지난 4월 재무장관 회의에서 "고유가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산유국을 상대로 매장량과 생산량 등 데이터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유가는 계속 올라 지난달에는 뉴욕 시장에서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조치로 60달러 대로 되돌아가긴 했지만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G7 회의에서도 고유가 대책이 논의되긴 하겠지만, 현재의 수급불안은 환율 조정으로도, 금리 인상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플라자 합의란?

1985년 9월22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였다. 78년 2차 석유파동과 80년 3차 석유파동이 연달아 세계경제를 강타한 뒤 미국은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이 때문에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하게 커진 상황이었다.

80년대 미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무역적자)'의 원인으로 미국은 일본을 지목했다. 플라자 회동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이끌어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이곳에서 5개국 정부는 `협조 개입'을 통해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플라자 합의'를 내놨다. 당시 달러 당 260엔대였던 엔화는 급격히 절상돼 95년 80엔대에 이르렀다. 미국은 90년대 신경제 붐에 힘입어 성장을 계속했지만 일본은 15년에 걸친 장기불황에 빠졌다. 95년에는 지나친 달러 약세를 조절하기 위한 `역(逆) 플라자 합의'까지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요즘 쌍둥이적자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 원인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있다고 주장한다. 20년 전과 달리 미국도 자국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 유출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제2의 플라자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전격적인 시장개입은 불가능할지라도 미국의 대(對) 중국, 대 아시아 환율 조정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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