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고이즈미, 대단해.

딸기21 2005. 9. 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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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그정도로 압승을 할줄은 몰랐다.

일요일인 어제, 회사에 나와서 NHK를 봤다. 일본말은 잘 못 알아듣지만, 암튼 저녁 8시가 되어 투표가 끝나고 나니 출구조사 결과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285석에서 325석이라니!

아무튼 이웃나라에서 벌어진 여야간 일대 혈전은 끝났다. 고이즈미,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다른 자들이 모두 까마귀처럼 양복 입고 쪼르르 서있을 적에 고이즈미는 분홍색 셔츠를 입고 나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쇼 정치, 극장 정치 하는데, 쇼는 중요하다. 자민당 간사장이라는 이가 이렇게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쉬운 말로 설명했다. 그것이 통한 것 같다".

흰소리 몇마디 하자면-- 옛날 우리나라에도 와이에스라는 전설의 쇼쟁이가 한 분 계셨지...

또 한마디 더 하자면-- 우리나라엔 지금 쉬운 말로 설명 잘하는 대통령이 계시다. 근데 왜 인기가 없지...


 

자민당 압승

 

일본 총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기록적인 대승을 거뒀다. 전체 480석 중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327석을 차지, 과반수는 물론이고 3분의2선(320석)까지 넘어섰다. 이로써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민영화는 물론이고 개헌 등 핵심 이슈에서 사실상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으며, 일본은 명실상부한 `고이즈미 시대'로 가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2일 쯤 중의원 특별회의를 소집, 제1당 당수로서 총리로 재선출되는 절차를 밟은 뒤 지난달 참의원에서 부결됐던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을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행법상 참의원에서 부결됐더라도 중의원이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키면 참의원 결정은 효력을 잃는다.

고이즈미 총리는 11일 밤 일본 언론들과의 연쇄 회견에서 "민간의 것은 민간에 줘야 한다"며 우정 민영화 추진 방침을 다시 강조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2일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달 부결됐던 법안에서 우정공사 민영화 시기를 몇 개월 늦추는 정도의 손질만 가한 뒤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정공사측은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12일부터 당장 민영화 준비 작업을 재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당면 과제인 우정법안이 마무리되고 내각 인선과 자민당 당직개편이 끝나면 개헌 문제가 부상할 전망이다. 참의원이나 중의원에서 의원 3분의2가 찬성하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다. `의석 3분의2'는 고이즈미 정권에 모든 것을 가능케 만들어주는 만능열쇠인 셈이다.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을 맞는 오는 11월15일에 개헌안 초안을 공표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이 시기를 전후해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초안은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를 고쳐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연립정권의 일부인 공명당은 개헌에 반대해왔으나,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정권내 공명당의 입지는 약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개헌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개헌을 성급히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공명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야당인 민주당 내 개헌 지지파를 끌어들여 개헌 작업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또한 오는 12월에는 이라크에 나가 있는 자위대 파병 시한이 만료된다. 11월에는 개헌 논의와 함께 자위대 파병 연장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현 정권의 아시아 외교 실책을 공격했지만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개헌 논의를 비롯해 고이즈미 총리의 우경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고이즈미 총리가 연내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연장론도 나오고 있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고이즈미 총리는 11일 임기 연장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정해진 임기만 채우더라도 내년 4월이 되면 전후 3번째 장수 총리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또 임기를 연장하지 않더라도 고이즈미 총리가 `킹메이커'가 돼 후임 총리를 자신의 입맛대로 선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민당은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전국 300개 소선거구와 비례대표(180석) 선거에서 총 296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31석을 합치면 여당 의석은 전체 480석 중 327석이다. 이로써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이 300석을 넘긴 이래 최대 승리를 기록했다. 투표율은 67.5%로 지난 2003년 선거 때보다 7% 이상 높아져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자민당은 고이즈미 총리 특유의 스타성과 개혁 이미지, 총선을 앞두고 전격 발탁한 화려한 신인 군단의 활약에 힘입어 대도시권과 젊은층 부동표를 대거 흡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이즈미 승리의 바탕은 '경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가 있었다. 12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상향조정으로 기대감을 더욱 높인 일본 경제는 고이즈미 압승을 뒷받침해준 힘인 동시에, 자민당의 압승은 또한 일본 경제의 호재로 작용하는 식의 동반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경제계는 고이즈미 총리의 압승을 일제히 환영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주요기업 126개사 경영자들을 상대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영자들은 우정공사 민영화를 필두로 한 구조개혁과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고이즈미 정부의 양대 과제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기업인들은 정부에 무엇보다 강력한 개혁을 주문, 이번 총선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민영화' 공약이 경제계의 높은 지지를 얻었음을 입증했다. 이미 선거 전부터 고이즈미 총리 지지를 선언했던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총선 결과를 누구보다 환영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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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뿐 아니라 외국 자본도 여당의 승리를 반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엔화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주가와 엔화가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내놨다. UBS 도쿄의 마코토 코지마 외환담당 전무는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유럽과 미국 투자자들은 여당의 승리가 고이즈미 개혁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엔화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니케이지수가 13,000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엔-달러 환율은 달러 당 108엔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니케이지수가 13,000을 언제 돌파할 것인가 하는 점.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주말 니케이지수는 12,692.04로 장을 마쳤다. 총선 결과가 발표된 뒤인 12일 니케이지수는 한때 12,926.57까지 올라갔다가 12,896.43에 마감했다. `고이즈미 효과'가 200포인트 이상을 끌어올린 셈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에 관심을 기울여온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서방권 경제지들도 쌍수 들고 총선 결과를 환영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자에 "자민당의 승리는 일본 경제 구도가 급속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경제전문가 호타 겐스케는 이 칼럼에서 "오랜 재벌 지배구도가 흔들리면서 주주자본주의가 정착하고 있다"고 일본 경제를 진단한 뒤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등의 변화가 일본 경제의 역량을 높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우정 민영화 주장이 먹혀든 것은 이같은 경제 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물경제에서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불황의 그림자를 털고 설비투자-해외투자를 늘리며 `몸 풀기'에 나섰다. 일본정책투자은행 조사에서 올해 일본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19.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고, 비제조업을 합친 전체 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11.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전 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년 만에 두 자릿수에 이르는 셈이 된다. 제조업의 경우 2002년을 저점으로 설비투자가 상승세로 전환됐고, 올해부터는 서비스업을 비롯한 비제조업으로도 상승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기업들의 해외투자 증가율도 올해 18.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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