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래 치안을 담당하며 반군과 싸워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이 18일 아프간 정부군에 치안권을 공식 이양했다. 이로써 2001년 11월 미국의 ‘대테러전’ 개시 이래 13년 가까이 이어져온 다국적 치안유지군(ISAF)은 보조역할로 물러나게 됐다.
나토군은 이날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카불의 국립국방대학에서 치안권 이양식을 갖고 아프간 군에 치안권을 ‘최종 이양’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제부터 아프간 군이 전국의 치안을 책임지게 된다”고 말했다.
나토군은 개전 10년째인 2011년 7월부터 아프간 군에 단계적으로 치안권을 넘겨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친 이양 작업을 통해 아프간은 전국 403개 치안 구역 중 312개 구역의 치안권을 넘겨받았다. 18일의 최종 이양을 통해 나머지 91개 구역도 아프간 군에 넘어갔다.
아프간 주둔 다국적 치안유지군 현황(자료 www.isaf.nato.int)
나토군의 주요 전투활동은 끝나가고 있지만, 치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외국 군의 전면 철수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내년 말까지 전투임무를 완전 종료할 예정이다. 나토는 아프간 정부 측과 2015년 이후의 치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약 9만8000명의 치안유지군이 복무하고 있다. 미군 약 6만8000명과 영국군 8000명, 독일군 4400명, 이탈리아군 3000명, 폴란드군 1750명, 루마니아군 1500명, 터키군 1100명 등 나토 회원국 병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도 오쉬노부대 350명 가량이 지원병력으로 주둔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유럽국들이 파병부대를 철수시켰고 미국도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철군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아프간 상황은 외국군 철군 뒤 현상태나마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아프간 군과 경찰이 35만명에 이르지만, 외국군 철수를 앞두고 탈레반의 반격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카불의 대법원 앞에서 자폭테러가 일어나 1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유엔은 아프간 특사 얀 쿠비스는 올들어서만 아프간 내에서 무장반군의 공격으로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히고 있다. 18일 치안권 이양식이 열리고 있을 때에도 식장에서 몇 km 떨어진 카불 서부에서 소수민족 출신 정치인을 노린 폭탄테러가 일어나 3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최근 다국적군 본부가 있는 카불 국제공항에서도 교전을 벌이는 등, 더욱 대담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아프간 남·동부 지방에서는 탈레반이나 탈레반과 연계된 이슬람 극단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여성들에 대한 공격을 비롯해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법) 통치가 탈레반 시절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세에 밀린 카르자이 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해 권력을 분점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AFP통신은 탈레반이 18일 카타르 도하에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군주국(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사무소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명실상부 아프간의 정치적 주체로 ‘간판’을 올린 탈레반은 도하를 발판으로 현 정부 및 서방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미국과 탈레반 대표들이 도하의 탈레반 사무소에서 이른 시일 내 평화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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