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에 대한 단죄인가, 정치적 보복인가.
쿠데타로 집권했다가 퇴임 뒤 망명길에 올랐던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대통령이 반역죄로 제소됐다. 그의 쿠데타로 축출됐다가 재기에 성공한 나와즈 샤리프 총리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무니르 말리크 검찰총장은 24일 무샤라프에게 반역죄를 적용, 대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법상 반역죄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한 샤리프 총리는 같은 날 하원에 나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무샤라프의 쿠데타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와즈 샤리프(왼쪽)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이들의 악연도 참 질기다.
군 참모총장인 무샤라프는 1999년 무혈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뒤 2008년까지 집권했다. 쿠데타 뒤 형식적인 선거를 거쳐 ‘민선 대통령’의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집권과정을 놓고 늘 비난을 받았다. 이번 반역죄 기소에서는 2007년의 비상사태 선포와 대법관 해임이 주된 근거가 됐다. 집권 뒤 벌어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협력하는 대가로 거액의 원조를 받은 무샤라프는 국내에서는 이슬람 세력의 거센 반발이 부딪쳤다. 그러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대법관들을 쫓아내 전국적인 시위에 부딪쳤다.
유력 일간지 ‘돈’은 무샤라프가 2007년 말 벌어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과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부토는 영국 망명에서 돌아와 대중집회에 참석하다가 암살당했는데, 무샤라프 정권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무샤라프는 서쪽 접경지대 소수부족인 발루치족 지도자 살해 혐의도 받고 있다. 퇴임 뒤 해외를 떠돌다가 최근 귀국한 무샤라프는 이 사건으로 가택연금을 당했으며 이 때문에 지난달 총선에도 출마하지 못했다.
부토 전총리의 아버지 줄피카르 부토 전총리가 군사쿠데타 뒤 사형당한 것을 비롯해, 이 나라에서는 1947년 건국이래 절반 이상의 기간을 군사정권이 지배했다. 무샤라프 제소는 군사쿠데타가 반복돼온 파키스탄에서 왜곡된 정치문화와 암울한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야당들은 일제히 무샤라프 제소를 환영했다. 반면 무샤라프 변호인단은 샤리프 총리의 정치보복이라며 “이번 소송 때문에 정국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역죄가 인정되면 무샤라프는 사형 또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적 협상을 통해 결국은 무샤라프가 유죄판결 뒤 사면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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