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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대통령 백악관 간다... 국제사회 '완전 복귀' 신호

딸기21 2013. 5. 1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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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테인세인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환영합니다.” 

 

오는 20일로 에정된 테인세인 버마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5일 백악관 웹사이트에 올라온 성명이다. 백악관은 “테인세인 정부는 아웅산수지 여사, 시민사회 지도자,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꾸준히 개혁을 진전시키고 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명의 제목이었다. ‘테인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에 대한 성명’이라 돼있었기 때문이다. 버마 군부는 1989년 국명을 ‘미얀마’로 바꿨지만 미국과 유럽 등은 정통성 없는 군부 독재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버마’라는 옛 칭호를 써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버마 양곤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두 호칭을 혼용했고, 이번 성명에서도 두 이름이 같이 쓰였다. 아직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 나라의 호칭은 버마”라는 것이지만 백악관 성명에까지 ‘미얀마’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양국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2년 11월 양곤을 방문해 테인세인 버마 대통령(오른쪽)과 회담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 위키피디아


테인세인의 백악관 방문은 버마가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88년 군사쿠데타, 1990년 야당의 총선 승리를 뒤엎어버린 선거 무효화, 2007년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등으로 버마는 20여년간 고립돼 있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경제제재를 하는 사이 버마는 중국이나 북한 등 극소수 나라들하고만 교류했다. 2010년 테인세인 정부가 야당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풀어주며 민주화 조치를 시작한 뒤 미국과 버마의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방미에서 테인세인은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이 지원해줘야 할 것들”을 오바마에게 설명하고 “버마가 직면해 있는 민족적 긴장과 경제적 기회”에 대해 알릴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부터 다수 민족인 버마족과 소수민족의 충돌이 일어나고 불교도들의 무슬림 공격이 계속되면서 버마는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당국은 억압받는 소수를 묵살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민주화가 시작된 뒤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이 문제들에 대해 해명하고 원조를 얻어내는 게 테인세인의 방미 목적인 셈이다. 버마 국가지도자의 워싱턴 방문은 1966년 이래 47년만에 처음이다.

 

미국이 버마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고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버마는 소수민족 분규와 악명높은 노예노동, 삼림파괴를 겪고 있으며 5500만 인구 중 3분의1이 빈곤선 이하로 살아가는 최빈국이다. 하지만 소규모라도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고 구리, 주석, 텅스텐, 철광, 석회석 같은 천연자원과 루비 등 귀금속 자원도 많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좋았다. 미국은 버마의 제재를 풀어주고 관계를 개선해 중국과 떨어뜨려 놓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버마는 2011년부터 자국 민간은행들의 외환거래를 풀어주고 외국 투자유치에 나서며 경제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테인세인 정부로서도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이 버마와 미국의 ‘밀월’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듯하다. 중국은 남부 윈난성과 버마 아라칸 지역을 잇는 2380km 길이의 석유·천연가스관을 짓고 있다. 또 윈난성과 버마 이라와디 강 하구를 잇는 도로를 만들어 벵골만 일대를 중국 남부 경제권으로 포섭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버마의 교역규모는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중국에는 미미한 액수이지만 버마 입장에서는 중국에 내다파는 목재·천연자원류가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중국은 테인세인의 방미에 맞불이라도 놓듯 버마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지도부를 8일부터 베이징에 초청했다. 과거 군정을 지원하면서 버마 야당과는 사이가 나빴지만, 민주화가 진행돼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손을 내민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에도 버마 군소야당 지도자들을 베이징으로 부른 바 있다. 다만 중국은 수지 여사는 초청 대상에서 배제,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