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사망자 1000명 넘어... 유엔도 나섰다

딸기21 2013. 5.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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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보장해주고, 공장주들이 독식해온 이익의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환원하라.” 

“방글라데시 의류를 사오는 미국 기업들은 즉시 현지 정부와 단체들의 조사에 협력하라.”


유엔과 미국 정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권리’와 ‘글로벌 기업들의 책임’에 대해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방글라데시 사바르 의류공장 붕괴사고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전과는 다른 개선의 신호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보이콧(불매운동)을 넘어서 현지 정부와 외국 정부들, 국제기구,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사진 www.thedailystar.net


사바르 사건이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자 유엔까지 나서서 글로벌 기업들에 공개적으로 책임을 촉구했다. 기업활동과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파벨 술랸지가 유엔 실무그룹 대표는 9일 “방글라데시 물품을 수입해온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인권 문제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는 “만일 물품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인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면 바이어로서의 역량을 이용해 변화를 이끌려는 노력을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방글라데시 정부를 향해서도 의류업계의 실태를 엄밀히 조사하라고 압박했다.


(여담이지만, 이름이 특이한 술랸지가는 러시아 북방 소수민족 출신으로, 널리 알려진 환경운동가다. 아무르 호랑이 보호구역으로 유명한 러시아 북동부 비킨 강 계곡에 거주하던 그는 1980년대 현대그룹의 현지 벌목사업에 반대하는 싸움을 벌였고, 소련 붕괴 뒤에는 러시아 내 소수민족 권익운동가로 맹활약해왔다.)


미 국무부·노동부·무역대표부실도 8일 “미국 바이어들은 방글라 정부·산업단체·노동단체 사고 조사와 안전 강화 노력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사바르 사건 뒤 전국 5000여개 의류공장에 대한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다카에서 발행되는 일간 데일리스타는 당국이 2380여곳의 공장을 조사한 결과 300여곳이 무허가 공장으로 드러났고, 12곳은 위험성이 커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 단체들은 외국 기구나 기업들의 노력과 별개로 현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일 다카의 주트연구소에서 열린 정부-노동자단체 연석회의에서 노동자단체 대표들은 “모든 의류공장 노동자들에게 노조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만 번번이 일어나는 사고와 소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공장주들이 순익의 5%를 내 기금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익을 강화하는 데에 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는 이날 현지 언론들에 “사바르 사건은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 것”이라는 기고를 실었다. 아마 무히트 재무장관이 나서서 유누스의 주장에 반박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고 다카트리뷴은 전했다.


사바르 사고 17일째인 10일 오전 현재 사망자는 1034명으로 집계됐다.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넘은 뒤로는 사실상 당국이 구조를 포기하고 잔해발굴 속도를 높였기 때문에 사망자수가 하루 100명씩 불어나고 있다. 

당초 당국은 무너진 건물에 입주해 있던 공장 5곳의 노동자 수가 310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구조된 사람은 2437명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공식 등록된 노동자 수’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사고 당시 건물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공장 내에 있던 사람이 4000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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