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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엄마, 노는 딸] 바르셀로나의 빛깔은 '찬란함'

딸기21 2013. 6. 18. 20:45

아무 감동 없던 가우디, 감동적인 하늘과 바다 


아침은 호스탈 주변 식당에서 빵과 커피, 주스로. 8.7유로. 조낸 비싸다. 오전에 가우디의 까사 바요(바요라는 부자의 부탁을 받아 가우디가 지어준 저택) 거액주고 구경. 37유로, 거의 6만원 돈인데 예쁘고 재미있긴 했지만 솔직히 그 돈 주고 본 건 살짝 아까웠다.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져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으으 이번 여행에서 카메라 증말 느무 속썩였다;; 결국 이 카메라 나중에 사막에서 잃어버려서 찍으나 마나 소용도 없어졌지만. 카메라 배터리 충전하려고 멀티꽂이까지 굳이 샀는데...) 


호스탈 돌아간 김에, 근처에 있는 Open Cor 마트에서 빵과 햄과 치즈와 우유와 주스를 다 합해 8.8유로에 사서, 호스탈 부엌에서 차려먹었다. 이거 완전 좋잖아... 이날 사놓은 것들로 그 후 나흘을 먹었다. 크하하. 


점심 먹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로. 요니와 나의 장기는 오직 걷는 것. 마드리드에서도 그랬지만 바르셀로나에서도 교통수단 그런 게 뭐니 하며 대략 걸어 다녔다. 이 날도 참 많이 걸었다. 한참을 줄 서서 기어이 들어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크고 이쁜 건축물인지는 몰라도 큰 감동 없었다. 


크고 이쁘다는 거 자체가 영 부조화 아님둥? 커서 압도적이든가, 이뻐서 감동적이든가 둘 중 하나 해야지. 크고 이쁘니까 어울리지도 않고, 역사성도 없고, 어떤 철학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건축사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도 감동이 없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내게 감동을 주지 못한 저 건물에,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가우디 보면서 어이없을 만큼 감동받지 않은 나 자신에게, 둘 다에게 놀랐다고 해 두자. 심지어 성당인데 경건하지도 않았어요 엉엉엉. 온통 공사 중. 스페인 성당 오래오래 짓는다고 침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 독일 쾰른 성당 몇 백 년 걸려 지었다고 그들의 민족성 운운하며 칭송하는 것 봤지만 뭐 그다지. 


한참 걸어 다시 가우디의 페드레라. 여기도 비싸네. 그나마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 문화관광부에서 관할하니 관람료가 성인 16유로로 쌌지만, 까사 바요나 페드레라는 가우디 재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관람료가 비싸더이다. 그래서 겉모양만 슬쩍 보고 통과. 가우디에 하루 동안 10만원 넘게 들이기는 좀 아까운 기분이었다. 


가우디 욕한다고 돌 던지지들 마세요. 실은 감동 없는데도 너무 유명하니까 왠지 감동 받아야 할 것 같은 심적 부담 느낀 그런 분들, 저 말고도 많이 계시지 않나요... 어느 한군데도 디자인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부자네 저택(까사 바요)에도, 거대한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도. 계단 하나 손잡이 하나도 다 신경 써서 꾸미는 건축가. 그 섬세함이 굳이 감동적이라면 감동적이랄까.



요는,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봤는데 마드리드에서부터 지금까지 찍은 모든 사진을 요니가 실수로 지워버렸다는 것! 가우디고 왕궁이고 뭐고, 남은 건 내가 폰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몇 장 뿐… (그래서 이때부터 다시 열심히 찍었는데 나중에 잃어버린 거라니깐요 젠장) 


바르셀로나에서의 둘째 날, 저녁은 다시 마트 가서 라면! 사다가 소시지 곁들여 끓여먹었다. 이날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어 지칠 대로 지친 모녀, 라면 발견하고 어찌나 기쁘던지. 


때는 서기 2012년 10월 15일, 바르셀로나에서의 셋째 날. 


11시 다 되어 숙소를 나와, 람블라 거리를 지나, 구엘 저택을 그대로 지나쳐, 오전부터 걷고 또 걸어, 푸니쿨라르 Funicular (산으로 올라가는 트램)를 타고 몬주익으로. 텔레페릭(Teleferic)이라고 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몬주익 성채로. 


날씨는 화창. 눈부신 하늘, 푸른 바다, 내리꽂히는 태양... 이 날씨 이거 어쩔겨. 넘 좋잖아... 이 성채는 거의 아라비아 사막의 성채를 연상케 하는 자태. 요니와 한껏 폼 잡고 사진촬영 놀이, 그리고 내려와 스페인마을이라는 뜬금없는 관광지를 구경. 에스파냐 광장에서 메트로 타고 리세우 역으로. 


요니는 엽서를 사서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요니의 재미있는 말 한 토막. 스페인어 알파벳에 붙는 악센트 같은 기호를 가리켜 '작은 새가 앉아있는 글자'라 한다. 그 표현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저도 그 말이 아주 맘에 들어요' 하면서 좋아한다. 우리 귀여운 작은 새… 


엽서 부치려고 관광안내소에 우체국 어디 있나 물으니, 우편서비스가 민영화됐는지 웨스턴유니온 사무실을 알려준다. 이주노동자들의 송금경제가 활성화된 곳에는 어디든 존재하는 웨스턴유니온의 노랗고 검은 로고. 스페인에는 중남미로 돈 보내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지 이 로고가 꽤나 많이 보였던 듯.




바닷가 포트 벨로 향하는 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보았던 달리의 소녀를 바르셀로나의 거리에서 만나다. 


오래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바리 고띡(Barri Gotic. 고딕 지구)에서 달리보다 오히려 더 정감 있는 그림을 만나는 순간 기분이 갑자기 상쾌해졌다. 더군다나, 엄훠 웬일이니. 스페인 골목에 쓰레기가 없어! 스페인에 온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우리를 질리게 만든 골목의 냄새. 그래도 파리 지하도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 참는다.


바르셀로나의 찬란한 빛깔. 어쩌면 그래서 가우디의 감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라크 나자프의 뿌연 사막, 우즈베키스탄의 끝없는 사막에서 화려한 모자이크 타일로 뒤덮인 모스크를 만났을 때 울고싶도록 이뻐보였다. 하지만 바다와 하늘과 햇살만으로도 화려한 이스탄불에서는 모스크도 배경에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바르셀로나도 그렇다. 몬주익의 작은 성, 적막해보이는 그 성벽이 이 날씨 이 하늘 아래에서는 가우디보다 더 아름답다.



바르셀로나의 바닷가. 요니는 햇빛에 유독 눈부셔 해서 저러고 있다(맨 아래 오른쪽 사진). 나는 눈부심을 원체 모르는데 나조차도 눈부시다는 느낌이 들 정도. 선글라스를 가져왔지만 한 번도 쓰지는 않았다. 나야 뭐 원래 눈이 부시지 않으니 안 쓰고, 요니는 선글라스를 쓰면 진짜로 보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안 낀다고.
사진 맨 아래 왼쪽, 모녀의 발. 불과 이삼주 전에 넘넘 이쁘다며 혹해서 샀던 요니 가죽신발은 벌써 앞코엔 살짝 틈이 벌어졌고 뒤축은 많이 닳았다. 대체 신발을 어떻게 신기에... 망고주스까지 흘리는 바람에 신발이 얼룩덜룩 때투성이가 됐다.

포트벨에 있는 거대한 쇼핑몰의 아울렛에서 내 바지와 허리띠, 내 티셔츠와 요니 티셔츠 쇼핑. 다 합쳐 29유로라며 좋아라 싸들고 왔는데, 오는 길에 부케리아 시장에서 산 초콜렛이 20유로다... 초콜렛을 3만원 어치를 사본 건 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