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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엄마, 노는 딸] 마드리드 골목 뒤지기 & 프라도 미술관

딸기21 2013. 4. 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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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2. 여행 둘째 날

새벽까지 저들의 고성방가에 시달렸더니 아침부터 피곤하다. 8시30분에 일어나서 씻고 나와서 9시30분에 솔 광장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베이컨 치즈 오믈렛과 바게뜨, 오렌지 주스, 카페라떼. 둘이 먹었는데 모두 해서 6.8유로. 기념품 가게에 들러 'I ♥ Madrid'라 크게 쓰인 가방을 사서 요니에게 선물했다. 요니에겐 이번 여행 최초의 득템.

오전 내내 구시가지 골목골목 다니다 점심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산물이라는 마요르 광장에서 스파게티로.


마드리드의 왕궁 앞. 사실은 이 날이 아니라 첫날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 돈 내고 들어가 구경 잘 했음.



오기 전에 스페인 날씨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어떤 사람들은 "10월에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선 반팔 입고 다닌다"하는데 정작 기온을 검색해보면 10도 대의 쌀쌀한 날씨였다. 와 보니 알겠다. 나는 엄청 춥다. 원래 언제 어디에서나 늘 추우니까. 어떤 이들은 두꺼운 점퍼나 심지어 아주 얇은 다운파카를 입고 다닌다. 어떤 자들은 반팔, 심지어 탱크탑 차림이다.

비가 왔고 아침부터 으슬으슬 추웠다. 나만 추웠다. 요니는 안 춥다 하고. 솔 광장 부근 유명해 보이는 초콜라떼 집에서 뜨겁게 녹인 초콜렛을 마셨다. 요니는 좋아라 하던데 나는 달아서 잘 못 먹겠더라. 이 엄청난 칼로리... 스페인 님들ㅡ 이러니까 님들 평균 몸매가 술통처럼 되는 겁니다. 기름진 츄러스에 달디 단 초콜렛 국물을 찍어먹는다니. 10유로 내면 추러스 10개에 초콜렛 1리터 준다는 포스터도 봤음....


아쉽게도 프라도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여긴 첫날 갔던 레이나 소피아. 왼쪽 아래 사진도 달리의 그림으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다 프라도 미술관으로. 도착할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네. 후다닥 뛰어 매표소로. 줄을 좀 서서 기다렸다. 어른은 입장료 12유로, 어린이는 공짜. 전날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어른 6유로에 어린이 공짜. 어쩐지 돈 버는 기분. 요니가 미술관 안내도의 관람실마다 표시하면서 둘러봤다.

결론, 프라도 미술관에는 그림이 너무 많다. 보다가 지쳤다. 고야는 생각보다 감흥이 적었고 엘 그레코는 너무 찬란해서 촌티가 났다.

라스 메니나스(시녀들)를 직접 보다! 정말 많이 들어왔던 그림이지만 나는 예전에 배운 거 다 잊어버렸고, 요니가 여행 오기 전 책에서 본 지식으로 내게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홈스쿨링 하면서 요니는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이야기가 있는 작은 미술관- 다채'라는 시리즈를 읽었는데(실은 다 못 읽어서 아직까지도 읽고 있음) 이게 은근 괜찮더군요. 그것뿐 아니라 집에 어린이 미술관 종류의 책들이 좀 많았는데 책장 슬슬 넘기며 그림 구경하는 종류는 대략 괜찮은 듯.

저녁엔 프라도 뒤편의 레티로 공원. 무슨 공원이 구시가지 전체에 맞먹게 큰지.

찬란한 가을. 한참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여행 둘째 날인데, 거의 한 달 가까이 계속된 이 여행 전체를 통틀어 봐도 이 날처럼 많이 걸은 날이 없었다.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는데 역시 요니가 한 몫 했다. 사진 찍고, 스스로 기록하고, 지도 보는 연습도 하고. 짐도 어른 몫을 들고, 엄마보다도 잘 걷고. 다만 끼니를 넘기면 큰일 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밥만 제 때 먹이면 된다!


왕궁 앞에서 열심히 여행수첩 정리하는 요니, 그리고 프라도 미술관 뒤편 레티로 공원.
오른쪽 아래 사진은 초콜라떼를 마시고 있는 요니.



여행 내내 느낀 것, "내 아이를 알고 싶다면 함께 배낭여행을 해봐야 한다"는 것.아이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이는 저만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늘 자라고 있었고, 이 여행은 엄마에겐 아이가 한뼘 한뼘 자라난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길 잃고 길 모르고 길 못 찾던 요니가 지도를 보고, 읽고, '발견'하면서 느끼는 자부심이란. 요니는 "요니1.0에서 요니2.0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했다. 엄마도 동감!

남들은 마드리드가 별로라던데 우린 마드리드가 넘 좋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에도 '궁합'이 있는 듯. 우리는 마드리드와 궁합이 잘 맞았다. 그 궁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날씨. 마드리드에선 간혹 소나기&춥기도 했지만 맑은 하늘이 모든 걸 상쇄해줬달까. 가기 전 인터넷 검색하면서 어느 블로그에서 본 바로는,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가장 볼 것 없는 도시'라고. 스페인 경제가 워낙 안 좋다더니 거리에 구걸하는 이들도 많이 보이고. 하지만 우리의 마드리드는 상쾌하고 청명한 도시, 적당히 지저분하고 적당히 깨끗하고 신나는 도시.

또 하나 재미난 것- 스페인 사람들은 말이 많고 잘 떠든다!

이거야 뭐 뉴스도 아닙니다만... 지하철을 탔더니 정신나간 듯한 청년이 차량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걸 받아서 말을 한다 @.@ 우리나 일본 같으면 대개는 남이 그러거나 말거나 걍 졸든가, 폰 들여다보든가 할텐데 여기선 세 사람이 튀어나와 싸우고 소리지르고 삿대질하며 떠들지 뭡니까...

암튼 마드리드 여행은 엄청 즐거웠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드리드랑 바르셀로나 중에서 한 곳을 고른다면 어디로 갈래'하면 바르셀로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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