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칸 고원 서부에 있는 마하라슈트라는 인도에서 세번째 큰 주이고 농업중심지다. 특히 이 지역은 사탕수수 재배지로 유명한데, 올들어 농작물이 비틀리고 ‘사탕수수에서 쓴맛이 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수자원 관리 예산을 늘리면서 계속 댐을 짓고 있고 주민 물배급에도 열심이지만 물 부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인도의 물 부족을 불러오는 ‘천재와 인재의 결합’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마하라슈트라의 경우 올 들어 1972년 이래 최악의 물부족을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인도 전역에서 물공급용 탱커 2000대를 동원해 가뭄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구하겠다고 하고 있고, 마하라슈트라에도 탱커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시골마을에 사는 달리트(불가촉천민)들에게는 겨우 나흘에 한 번씩 물 공급이 돌아가는 수준이다.
역설적이지만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주민들의 목숨줄인 사탕수수 자체다. 농부들이 먹고 살 식량 대신 환금작물인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동원되면서 물부족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사탕수수는 다른 작물들보다 15~20배씩 물을 더 필요로 한다. 사탕수수와 함께 이 지역의 대표 작물인 목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지주들 대부분이 플랜테이션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땅 없는 가난한 소작농들은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물 뿐 아니라 식량부족도 문제다. 돈 되는 플랜테이션 농사가 늘면서 먹거리 생산은 크게 줄었다. 인구 250만명이 사는 비드 지역의 경우 농지의 60%가 플랜테이션 농장이다.
지난해 몬순(열대계절풍)이 평년보다 비를 덜 뿌리고 가서 물이 부족해진 탓도 있지만, 물이 모자라는 가장 큰 원인은 환경에 맞지 않는 물 소모형 플랜테이션이라고 관리들도 지적한다. 비드 지역 관리인 수닐 켄드레카르는 “몬순에 의존하는 곳에선 사탕수수를 재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탕수수 재배를 제한하려는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번번이 대지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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