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컵 1라운드는 물론이고, 지금껏 봤던 축구경기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 중의 하나로 꼽힐 아르헨티나-세르비아 전. 아르헨의 팬인 나조차도 4대0 넘어서면서부터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팀이 애처로워서 ‘이젠 좀 그만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긴장감은 떨어졌던 셈이지만, 골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도 예술인지! 축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준, 모든 재미를 다 선사한 골들이었다.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착착착 두 번째 골, 캄비아소가 최종 수혜자가 된 그 골은 진정 장관이었다. 다만 캄비아소가 대머리;;가 돼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긴 했으나...
경기를 볼 때마다 리뷰를 하는 것이 광팬으로서의 진정한 자세이겠습니다만 최근 공사다망하야(진짜 公私 다 亡했음) 마음의 울적함을 떨칠 길 없어... 간략 정리로 끝내기로 했음. (누구한테 설명하고 있는거야 지금- H2 노다 버전;; )
한국팀 경기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삼가겠다. 왜냐? 흥분하니깐... 그리고 울팀 경기는 재미가 없으니깐. 너무 목매달고 보다 보면 관전 재미는 좀 떨어지기 마련인데다, 마지막 스위스전 때문에 열받아서 돌아가실 뻔 했다. 더욱이 난 그 경기를 스위스 대사관저에서 스위스 넘들과 같이 봤는데, 기분 드러워서 아침밥도 안 얻어먹고(무려 뷔페였는데;;) 그냥 나왔다.
A조 경기 중에서는 독일 코스타리카 개막전 되게 잼났었고, 에콰도르 코스타리카전도 재밌었다. 실은 그 두개밖에 못 봤당... 암튼 에콰도르 꽤 괜찮았는데 말이지. 16강에서 탈락한 것이 못내 아쉽다. 델가도 같은 플레이어가 있긴 했지만, 세계 초특급 스타는 사실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착 들어맞는 패스로 경기 운영을 훌륭하게 했었는데...
B조에서는 잉글랜드 파라과이전 봤는데 양아치 타이틀을 벗어던진 베컴의 프리킥은 예술이었다. 그래, 컴퓨터칩 어쩌구 하는 것 인정해주마. 몇 년전부터 찍어놓고 지켜보고 있는 제라드(난 어쩐지 램파드는 정이 안 간다), 잉글 팀에 보기 드문 플레이어라고 생각함. 산타크루스의 예술급 미모를 못 보게 된 것은 아쉬웠지만 솔직히 파라과이 경기 별로였다.
C조에서는 아르헨티나와 코트디부아르 경기를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리켈메 플레이 매우 맘에 들었음. 계속 승승장구해라! 리켈메의 독보적인 ‘느림의 축구’가 어떤 결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됨.
아르헨 세르비아전은 앞서 말한대로 일방적인 경기였고, 캄비아소로 이어진 골은 물론이며 메시와 테베스 얼라들의 슝슝 나는 플레이도 멋졌다. 01-02 시즌 챔스 결승전에서 지구방위대에게 우승을 안긴 지단님의 0.05초 빠른 결승골보다도 더 멋졌던 두 번째 골, 무려 26차례 패스가 이어졌다지. 반면 아르헨 네덜란드 경기는 긴장감이 떨어져서 기대에 못 미쳤다.
D조 이란과 포르투갈 경기는 대전 시댁에서 봤는데 혼자 야밤에 깨어서 이거 보느라고 눈치가 좀 보였다. 어케 된 것이 두 팀 선수들은 형제들처럼 비슷한 얼굴... 피구 고군분투하는 것 마음이 안쓰럽긴 한데, 어쨌든 8강까지 올라갔으니. E조 경기는 한개도 못 봤다. 다시 말해, 체코팀 경기를 하나도 못 봤다는 얘기... 네드베드가 눈물짓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것은 다소 다행이라고나 할까. F조에서는 호주 일본 경기 막판 역전극 재밌게 봤었고, G조 경기는 이해관계;;가 걸린지라 대략 봤는데 토고가 그냥 떨어진 것은 참 아깝다. 아데바요, 모기처럼 긴 다리에 사마귀같은 공격력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말이다.
H조에서는 스페인이 우크라이나를 4대0으로 깨는 걸 봤는데, 스페인팀이 그런 위업을 이룰 줄이야! 라울이 한물 갔다고 하는데, 그 범생이스러운 표정은 여전하드만. 나의 귀염둥이 호아킨을 제끼고 주전 자리를 꿰찬 다비드 비야는 장래가 촉망되고, 토레스 또한 잘 커나가고 있는데 얘는 대체 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지키는 것인지 궁금하다(호아킨이 베티스를 지키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2라운드부터는 스케줄이 영 맘에 안든다. 새벽 4시라니... 나의 출근시간대와 겹쳐, 가히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제부터는 꼬박꼬박 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16강 첫경기 독일-스웨덴전은 보지 못했는데, 독일이 이겼다니 괜찮은 결과라고 봐야 하나. 스웨덴식 힘의 축구는 보는 재미가 없단 말이다.
아르헨-멕시코전은 생각보다 힘겨웠다. 1998 월드컵 때 신문선-송재익 커플이 ‘그짓~’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던 알까기의 명수 블랑코가 이번엔 빠졌다 해서 멕시코가 뭘 믿고 걔를 뺐나 했는데, 수비는 멋있었다. 그래서 재미는 없었다. 아이마르가 한 골 넣어줬으면 좋았으련만... 이제사 대표팀 명실상부 원톱 자리를 꿰찬(사실상 쓰리톱이지민) 크레스포는 드디어 명성에 걸맞는 골게터스러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MBC 중계 보는데 캐스터와 해설자 서형욱이 ‘멕시코 자책골 아니냐’ 어쩌구 했는데, 그건 딱 보면 크레스포 골이었다. 표정을 보라구... 그 표정은 골 넣은 크레스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얼빵환희스러운 표정이었단 말이다.
잉글랜드 에콰도르전, 대체 왜 잉글랜드가 이긴 거야? 오늘밤엔 이탈리아 호주전 꼭 봐야지. 우리 부장이 나더러 오늘 밤에 축구 볼 거냐고 묻는다. 나의 수면부족을 걱정해주시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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