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월드컵을 보면서, 처음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르헨티나가 떨어져서?
특별히 그것 때문에 몹시 마음이 아픈 건 아니다. 어차피 바티의 팀이 아닌지도 한참 됐는걸.
내게 바티 만큼의 스타는 없다. 아니 나에게 뿐 아니라 축구팬 누구에게도,
2006년 현재 '가브리엘 오마르 바티스투타'와 같이 흡입력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사자 같은 스타는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좋은 것이 있었다면-- 지단님과 피구였다. 지금은 돈지랄하다 망조가 든 레알이라지만
한때 지구방위대에서는 지단님이 중원을 지휘하고 피구가 길을 열고 호나우두가 짐승처럼 서성이고
라울이 받쳐주고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점핑을 하는, 그런 아주 잠깐의 멋진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합쳐서 내놓은 성과는 우습게도 별볼일 없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경기는 간간이 눈앞에 예술을 펼쳐보였다.
유럽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부인할수 없었을 지단과 피구의 현란함, 예술성,
이제 그들을 보는 것이 마지막이로구나. 그래서 독일월드컵을 보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나보다.
'지단과 피구의 아름다운 우정'. 오늘 새벽 벌어진 프랑스-포르투갈전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어쩌면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팀 다 잘 했고, 두 팀 다 못했다.
두 팀 모두 '비아냥을 뒤엎고' 준결승까지 올라왔으니 잘 했지만
두 팀이 보여준 경기는 별로 예술적이지도 않았고 기동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1972년생, 동갑내기 노장들의 플레이는 여전히 빛났다.
4년을 한솥밥 먹었으니 친할 것이고, 당대의 명장들이었으니
교감과 회한을 말로 하지 않아도 함께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안녕, 지단과 피구!
국가대표 그만둔 뒤에도 그대들의 모습을 TV 화면에서 볼 수 있을까?
축구 이후의 인생에도 영광이 함께 하기를.
(2006.07.06-17: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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