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GM(유전자조작)에 대해

딸기21 2013. 1. 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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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농부아저씨를 위한 특별포스팅임돠 ^^

농부아저씨가 GM(유전자변형) 얘기하셔서. 쿠바에서 GM작물 연구 열심히 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얘기하더라는 건데요. 아저씨가 얼마 전 쿠바 농업 살펴보러 다녀오셨거든요. 페북에서 쓰다가 길어져서 이리로 끌고 왔어요. :)


관심 있으신 분들, 좀 길지만 읽어보세요. 


GM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1. 그걸로 식량 증산해서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2. 가난한 나라들에 대거 유전자조작 대량생산 농산물 주면 기아를 막을 수 있다

3. 인간에게 유익하도록(의학적으로) 유전자를 변형해 질병도 치료하고~


이렇게 크게 세 가지입니다. 

셋 다 거짓부렁입니다. 


1. 식량증산을 위해 GM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습니다. 농부아저씨 말씀대로 쿠바는 그걸 실현해보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거기는 지금 봉쇄 지역이니까요. 엠바고가 풀린다면? 글쎄요... 그래도 계속할지. 더군다나 세계 식량위기는 어디까지나 '수급의 위기'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GM은 오로지 초거대자본에만 유리한 형태이지 식량수급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특정제초제/특정살충제 내성을 갖게끔 유전자를 조작하는 거거든요. 

쉽게 말해, 몬샌토가 농부들에게 제초제를 팝니다. 제초제를 경작지에 뿌리면 모든 풀이 다 죽겠죠. 그래서 이 제초제를 판 뒤에, 이번엔 농부들에게 그 제초제 맞아도 안 죽게끔(그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을 팝니다. 

병충해 막기 위해 곤충들 죽이는 살충제를 농부들에게 팝니다. 그리고 역시, 그 살충제에 강력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을 팝니다. 


2. 기아가 발생하는 것은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빈부격차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식량이 버려지는 게 얼만데...  서방 선진국이 자기네 농업에 엄청난 보조금 줘가면서 불공정경쟁 하는 것만 없애도 빈국의 문제들은 상당부분 해결됩니다. 
미국이 아프리카 몇몇 나라들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원조물품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몇해 전 잠비아, 모잠비크, 짐바브웨가 이걸 거부했어요. 니들 안 먹는거 왜 우리 먹이냐고. 물론 속내는 좀 있었죠. 그거 받으면, 그 나라들 농산물을 유럽에 수출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유럽은 GM 들어오는 거 꽤 민감하거든요) 거부한 건데, 들으면서 꽤나 찝찝하더군요. 미국 거대 농업회사가 무더기 생산한 
GM, 자기네 나라에선 소비자들한테 내놓고 못 먹이니 아프리카로? 그러면서 "아프리카 나라들이 무지하게 GM 거부해서 문제다" 뭐 이랬던 기억이...


3. 인간에게 의학적으로 유익하게끔 유전자를 변형한 예...는 제가 알기론 거의 없습니다. 

아주 유명한 케이스가 있기는 하죠. 이른바 '골든 라이스(황금쌀)'라고 해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을 함유하게끔 개발된 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GM 작물을 상품화해서 시장에 공급하려면 연구만으로는 안 되죠. 그래서 이 연구했던 과학자들이 특허권을 스위스 노바티스에 팔았습니다. 그 이후엔? 감감무소식. 왜냐. 돈이 안 되니까요. 



GM작물이 인간에게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해하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유해할 수 있다는, 유해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자연계에는? 우려가 당연히 큽니다. 대표적인 게 '터미네이터 작물'이죠. 몬샌토가 만든 이 씨앗을 땅에 뿌리면 작물이 자라지만, 그 작물의 열매(농부들이 이렇게 대대손손 뿌리고 거두고 또 뿌리는 그 씨앗)는 불임 종자가 되어 2번째 발아는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반다나 시바 같은 인도의 환경운동가들이 이거 완전히 터미네이터(절멸시키는) 종자 아니냐며 거세게 반대했고, 결국 몬샌토가 그건 안 팔겠다고 철회했습니다. 


환경그룹은 유전자조작된 곡물들이 경작지를 넘어 자연계와 교류함으로써 자연에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사탕수수건 기장이건 옥수수건 밀이건, 다들 유전자가 1~2% 차이만 있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전파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멕시코 오아하카(Oaxaca) 주에서 GM작물 경작지와 엄청 멀리 떨어진 곳까지 그 유전자가 전파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례를 연구한 논문은 사소한 트집과 함께 학술지에서 철회됐습니다. 학계에선 몬샌토 같은 거대생명공학기업들의 압력이 아니냐 의심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에 퍼질 수 있다는 우려 즉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변형 바이러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왜냐?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유전자를 조작하려면 식물 유전체에 총을 쏩니다. '유전자총(gene gun)'이라고 부르는 건데 이걸로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를 바꾸는 겁니다. 그 바이러스가 뭔가 이상한 쪽으로 변형을 불러올 수 있다면...공상과학소설처럼 되는 거겠죠. 


환경 말고 건강 면에서, 아직까지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지요. 저도 무작정 미친듯 반대, 이러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정보공개'입니다. 자신있다면 꺼내놔 보셔, 라는 겁니다. 쿠바이건 어디건 좋은 의도(?)로 GM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표시를 해야죠. 

소비자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게 '강제라벨링'입니다. GM작물은 의무적으로 표기하게끔 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GM작물을 이용한 식품이 싸니까 그걸 먹을 사람은 먹고, 아니면 비싼 유기농을 먹겠다. 이렇게 최소한 선택이라도 할 수 있게 라벨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각국에 그걸 못하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빈국의 농민들이 GM 작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것. 몬샌토 같은 회사에서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가난한 농민들에게(미국 농민도 마찬가지겠지만 거긴 보조금이 어마어마하니까) 특정제초제/특정살충제 내성 종자와 그 제초제/살충제를 강요하고, 어쩔수 없이 농민들 엄청난 종자값 내고(특허를 걔들이 다 빼앗아가버렸으니) 빚의 악순환에 떼밀리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사람이자 '소비자'로서 나의 권리는 매우 중요하죠. 그건 강제 라벨링으로 어찌어찌 풀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지구환경에 저지르는 변형이라는 행위, 그리고 빈국의 농민들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농민은 죽고 농업기업과 하청 농업노동자만 남는다?)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쿠바 농학자들이 '유기농 잘하기 위해서 GM 한다'며 강력 찬성하고 있다고 농부아저씨가 그러더군요. 이게 복잡한 게, 요즘 유전자조작 젤 앞장서려고 하는 나라들이 중국이랑 브라질 같은 나라들입니다. 이런 거대 개도국에 GM 많이 하려는 욕구(브라질의 경우는 바이오에탄올 연료붐에 따른 GM옥수수 수요가 직접적인 원인)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니 '미국은 찬성, 개도국(빈국)은 반대'라 딱 잘라 선을 긋기엔 좀 복잡하긴 하죠. 그치만 GM이 세계화되면서 가장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게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농민인 것은 맞습니다. 


GM 자체에 원론적으로 반대 안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할 필요도 없고 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더 큰 반대 이유는, 이노무 GM 때문에 빈국의 농민들이 다 죽어간다는 겁니다. 농부아저씨 말씀대로, 저도 잘 몰랐던(뭐 지금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몇년 전까지 '표시만 잘 하면 되지 않을까,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빈국의 농민들 죽이는 GM이라면 기필코 결사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M농산물에 대해 더 알아보시려면


알기 쉬운 종합설명서로는 마틴 티틀, 킴벌리 윌슨의 <먹지 마세요 GMO>

좀 허술하지만 전방욱의 <수상한 과학> 

특허권과 바이오 산업과 농민의 문제를 다룬 반다나 시바의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목화 얘기를 하면서 GM 문제를 곁들인 에릭 오르세나의 <코튼로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듯. 


*

어쩜 우리는 이미 GM작물 먹고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GM작물은 대개 사료용 작물에 해당되는 얘기였습니다. 동물 사료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와 콩(옥수수와 대두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양의 절반 이상이 GM으로 바뀐 지 오래됐습니다) 같은 것들. 기름 짜내는 목화 이런 것들. 

지금 문제는 중국.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쌀 GM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몇년 전, 유럽에 수입된 중국산 쌀에서 허용되지 않은 GM이 발견돼 유럽이 항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출용 쌀에 (중국 내수용) GM쌀이 잘못해서 끼어들어간 겁니다. 

우리도 중국 쌀을 수입하죠. 밥 짓는 쌀로는 판매되지 않고, 떡볶이나 쌀과자 등 '쌀 가공제품'으로는 판매됩니다. 시장통에서 사먹는 쌀떡볶이, 쌀과자 따위는 이미 GM인데 우리가 모른 채 먹고 있을 가능성 90%라는 데에 500원 겁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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