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미-러, 체코 시골마을에서 '원자로 경쟁'

딸기21 2013. 3.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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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남부의 작은 마을 테멜린에서 핵 강국들 간 대리전이 벌어졌다. 미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원자로 건설 수주 경쟁을 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동유럽 핵발전 확대를 노리는 양국이 체코를 전초전 무대로 삼은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남보헤미아의 테멜린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체코에너지그룹은 현재 3기인 원자로를 5기로 늘리기 위해 올해 말까지 원자로 건설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예산 약 100억 달러, 1993년 체코 분리독립 이래 최대 프로젝트다. 경합 끝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러시아의 아톰스트로이엑스포르트 컨소시엄이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됐다.



지난해말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프라하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섰을 때만 해도 웨스팅하우스가 유리해 보였지만, 올초 체코 대선에서 러시아 에너지업계와 긴밀한 사이인 밀로슈 제만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웨스팅하우스는 “계약을 따내면 공정 70%를 체코 기업들에 맡기고 체코 철강회사들의 미국 진출을 돕겠다”면서 여론전에 나섰다. 

반면 이미 테멜린 원자로 2기를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 측은 “기술적으로나 재정 측면에서나 러시아와 손잡아야 한다”면서 체코의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이 있을수 있다고 위협했다. 체코는 에너지 대부분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어느새 이 문제는 ‘친미냐 친러냐’를 묻는 정치적 시험이 돼버렸고, 체코 정치권은 둘로 갈렸다.


강국들이 적극 나선 것은 동유럽의 핵발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서유럽이 탈원전으로 돌아선 것과 달리, 동유럽국들은 핵발전에 점점 눈을 돌리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선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과 일본 히타치가 원전 수주전을 시작했고, 불가리아·벨라루스·폴란드도 원전  신설계획을 갖고 있다.



정작 주민들은 때아닌 원전 경쟁에 회의적이다. 체코의 프라하 포스트는 “기술 대신 지정학에 휘둘리는 입찰경쟁”이라 꼬집었고,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체코인들은 원전을 새로 지을 필요를 못 느낀 채 다만 일자리만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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