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월드컵을 향하여'라고 하니깐 되게 웃기네;;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독일에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행 목적이 목적이다보니... 경기장 순회에 그쳤던 게 사실이고, 여행 내내 관심사는 '조 추첨식'에 가 있었으니 말이다.
여행의 당초 목적이었던 월드컵 조 추첨식 이야기부터. (여행담이라기보단 월드컵담이다 ^^;;)
추첨 전에 무려! 로타어 마테우스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마테우스가 날 만나줄리는 만무하고, 조추첨이 열릴 예정이던 라이프치히 노이어메세 컨벤션센터에서 어정거리다가... 어떤 작자들(카메라를 들고 누군가를 쫓아가는 작자들은 뻔하다, 방송 기자들이다)이 누군가(카메라를 든 누군가에게 쫓기는 작자는 뻔하다, 유명인사다)를 따라가는 걸 목격했다. 구경거리가 있으면 당연히 나도 따라가서 구경을 해야지.
마테우스였다. 솔직히 나는 마테우스가 유명하다는 것만 알지, 축구선수로서 마테우스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나는 세계적인 유명인사인 펠레를 김포공항에서 본 적도 있지만 역시나 펠레의 축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마테우스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의 경기를 눈여겨봤다면서 “한국은 독일팀과의 경기에서 대단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월드컵을 아주 잘 치러낸 것처럼 한국팀은 멋진 경기들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팀은 계속 향상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팀을 경계하고 싶었는지, 혹은 무시하고 싶었는지, “지난번엔 한국이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유럽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며 “한국팀이 지난 대회에서와 같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12월 9일 저녁에 열린 추첨식에서는 마테우스가 바로 우리가 속한 4번 그룹의 추첨을 했다. 우리를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같은 G조에 집어넣은 것이 바로 마테우스다. (덕택에 내가 고생했다구...)
조추첨식은 재밌었다.
내가 월드컵 조추첨식장에서 추첨을 지켜보다니! 꿈이야 생시야~~
혼자 속으로 대단히 감동하면서 조추첨식을 지켜봤다. 추첨이 진행되는 동안 참관인석에서는 국가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름이 불리기까지 어찌나 오래 기다려야 했던지.
4번 그룹에서도 마지막 사우디아라비아와 둘이 남을 때까지 이름이 불리질 않았다. 옆에 앉아있던 축구협회 관계자들, '손에 땀을 쥔다'는게 아마 이런 걸 말하는 것이었을게다. 브라질, 크로아티아, 호주가 있는 F조의 마지막 남은 자리에 일본의 이름이 불렸을 때.. 이러면 안되지만 속으로 조금 고소하면서, "최악은 피했다"며 다들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 한국이 프랑스, 스위스, 토고가 있는 G조로 결정되자 다소 안도. 옆에 축구협회 김주성 이사가 앉아있었다. 예쁘게 생겼더라 ^^ 조추첨 결과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최악의 케이스는 피했으니 우리 팀이 해볼만 하다"고 해서, 나도 괜히 안심...
재밌었던 것은 본선 참가 자체만으로 기뻐한 나라들 표정이었다.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주... 최강 브라질팀과 한 조가 되었지만 객석의 참관인들이 수건을 흔들며 좋아라했고, 우리와 같은 조가 된 토고 사람들은 유니폼을 흔들고 전통 호루루기를 불며 몇초간 골 셀레브레이션을 연상케하는 몸짓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긴장됐던 추첨장에 한순간 웃음이 퍼졌을 정도.
조추첨식은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월드컵준비위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는데, 가히 '베켄바워의, 베켄바워를 위한' 행사다시피 했다. 추첨 전 행사가 1시간30분여 동안 열렸다. 32개국 국기로 만든 대형 축구공, 어린이들의 가장행렬과 마술쇼, 가수의 공연과 댄스... 축구공을 형상화한 중앙의 대형 무대는 화려한 네온 불빛으로 장식됐다. 영화 `굿바이 레닌'을 만들었던 호어스트 에켈 감독(이름 알아듣느라고 고생함)이 축구를 소재로 한 유머러스한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이거 어디서 구할수 있으면 구해서 다시 좀 보고 싶다. 꽤 재밌었다.
독일은 과거와 현재의 축구영웅들을 총동원해서 축구 강국의 자부심을 과시했다. 과거 3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독일은 베켄바워 준비위원장을 비롯해 위르겐 클린스만 현 대표팀 감독 등 과거 우승의 주역들을 무대에 불러냈다. 마지막에는 현재 대표팀 주장인 미하엘 발락을 등장시켰는데... 말하자면 내년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내년 월드컵, 어떻게 되려나...
우리가 우승...은 쫌 심하고, 4강...도 무리겠지? 8강까지만 올라갔으면!
(그리고 나는 토고로 떠났다 -_-)
728x90
'이런 얘기 저런 얘기 > 공은 둥글대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컵,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0) | 2006.05.30 |
---|---|
월드컵과 환경오염 (0) | 2006.02.25 |
레알... 봤다 (0) | 2005.11.23 |
바르샤-소시에 (0) | 2005.11.03 |
비에리가 밀란으로! (0) | 200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