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환경파괴가 많은 스포츠다. 골프장처럼 산을 깎아 만드는 것이 아닐지라도 축구장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무시 못 한다. 대형 축구장들은 인공 재배를 잔디 그라운드를 유지하면서 막대한 양의 물을 쏟아붓는다. 또 수만명이 들어가는 다중이용시설로서 엄청난 전력과 물을 사용하게 된다. 월드컵처럼 큰 행사가 있으면 물동량이 많아지고 대기 오염이 늘어난다.
세계적인 `환경선진국'인 독일이 올 월드컵을 `그린 월드컵'으로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독일월드컵조직위원회는 2006 월드컵을 명실상부한 환경친화형 축제로 만들겠다며 `그린 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는 국제환경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목표의 한 축. 또 다른 한 축은, 축구장의 에너지 소비량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투입해 경기장 자체를 `환경친화 전시장'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독일월드컵조직위원회는 세계축구연맹(FIFA)과 독일 정부, 축구팬들이 함께 만드는 환경월드컵의 목표로 5대 그린 골(환경 목표)을 설정했다. 24일 조직위원회가 밝힌 그린 골의 분야별 실태와 목표를 알아본다.
◆ 기후변화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환경목표는 기후변화를 초래하지 않는 `저공해 대회'를 만들면서 동시에 세계인들에게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시키고 실질적으로 범지구적인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조직위는 "교토의정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한 달 가량 열리는 이번 월드컵 기간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10만t 줄이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독일축구협회는 재작년말 초대형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에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들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폐기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통계에 따르면, 4만 명이 축구장에 올 경우 한번 경기에 배출되는 쓰레기가 최소 5톤에 이른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관중들이 들고 와 버리고 가는 음료 용기와 먹을 것 따위다.
조직위는 분데스리가에서 이미 펼쳐지고 있는 경기장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모든 월드컵 경기장으로 확대해 `쓰레기 없는 경기장'을 만들 계획. 재활용 가능한 물품이 아닌 모든 쓰레기는 관중들이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 수송
조직위는 월드컵 기간 독일인들과 외국인 등 관광객 320만 명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국에서 온 취재진만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FIFA 관계자만도 1500명이 경기장과 경기장 사이를 오가게 된다. 여기에 자원봉사자 1만2000명까지 포함하면 월드컵을 따라 움직이는 고정 인구만 해도 적잖은 수가 된다. 독일 환경부는 `월드컵 이동' 때문에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평소보다 7만∼8만t이 늘어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핵심은 월드컵 이동객들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유도하는 것. 승용차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전철 등으로 유도하기 위해 조직위는 경기관람권과 대중교통 탑승권을 묶은 `콤비티켓'이라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 에너지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독일 내 12개 축구장들은 `전기 먹는 하마'다. 분데스리가 통계에 따르면 축구장 한 곳이 연평균 300만 ㎾의 전력을 사용한다. 이는 500∼700가구의 연간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축구장에서 사용되는 전기 대부분은 조명에 쓰인다.
독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에너지 소비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고,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에너지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독일은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 정도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어내고 있는데, 오는 2050년까지 이 비율을 6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독일 전역에 있는 1만5000개의 바람개비, 지역 풍력발전소는 이런 환경의지의 상징이다.
월드컵에도 에너지 절약 의지는 그대로 반영된다. 축구장 전기사용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명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절약형 전구로 바꾸고, 식당 서비스에서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 대신 가스를 주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처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 재활용도 시도한다. 환기시설 등에서 나오는 열을 난방용 에너지로 돌리고, 태양광 발전 등으로 생산한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것.
◆ 물
월드컵 64경기가 열리는 동안 축구장에서 쓰이는 물 사용량은 4만2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상당수는 관중들이 화장실에서 내려 보내는 것이다.
조직위는 월드컵 경기장들의 수도꼭지를 절약형 모델로 바꿨다. 이것만으로도 손을 씻는데 사용되는 물 소비량을 절반 가까이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장실 변기는 압축관을 이용한 `물 없는 변기'로 교체했다.
각 경기장들은 또 여건에 맞는 물 절약 아이디어들을 실험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고틀립-다임러 경기장은 빗물을 정화해 용수를 공급한다. 엘베 강과 알스터 강이 흐르는 함부르크 시는 경기장에 강물을 끌어들인 뒤 정화해 내보내는 방법으로 운영비를 절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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