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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딸기21 2009. 1. 2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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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공저  |  김승진,홍은택 공역 | 윌북(willbook) | 원서 : Hungry Planet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한마디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인들은 참 여러 가지 음식을,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들 먹고 있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먹거리가 있는가 하면 글로벌하게 인기를 끄는 먹거리들도 있다.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는, 기호가 크게 엇갈리는 음식이 있는가하면 ‘먹거리 문화의 보편성’이라는 것도 무시 못 한다.
 

피터와 페이스 부부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 세계 24개국 30가정을 방문해 그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가’를 살핀다. 과연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먹고 있는지, 사진과 글을 통해 그들이 먹는 음식물들과 조리법 등을 엿보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다. 

피터는 사진을 찍고 페이스는 글을 쓴다. 이들이 만나 식사를 함께 한 가족들은 그 나라 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대표성’이 있는 동시에,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책이 주는 두 번째 재미. 호주의 애버리진(원주민) 가정, 전쟁 이후 보스니아 사람들, 아프리카 차드의 난민, 불가사리 튀김까지 먹는 중국인들, 경제제재에 짓눌려있지만 ‘그래도 삶이 있는’ 쿠바의 식탁, 그린란드 얼음땅 주민들의 외로운 사냥, 이탈리아 시칠리섬 가난한 생선장수의 삶, “항상 8분(80%)까지만 먹어라”라는 오키나와의 건강식단, 모든 먹을 것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석유부국 쿠웨이트 중산층 가정, 오버사이즈에 허덕이는 미국 가정의 살빼기 노력...
 
 

먹는다는 것은 곧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밥상은 삶과 뗄 수가 없는 것이고, 밥상 문화에는 좋든 싫든 그 사회의 단면이 들어있다. 피터와 페이스 부부는 사진과 짧은 글들을 보다 보면 세계 곳곳 사람들의 삶이 저절로 눈 앞에 펼쳐진다.

아이디어도 좋고 포맷도 좋고,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는 재미난 책이다. 하지만 ‘남들은 무얼 먹나’ 재미삼아 들여다보기 위한 팔자 좋은 부부의 여행기는 아니다. 피터는 과학·환경 문제를 다뤄온 보도사진기자이고 페이스는 TV 프로듀서 출신의 작가다. 부부는 이 책 이전에도 세계를 돌며 ‘물질적인 세계’ ‘벌레를 먹는 사람들’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주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세계는 지금 다양한 것을 먹고 있다. 그런데 다양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패스트푸드처럼 국적 불명에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들이 점점 더 퍼져나가고 있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의 지방덩어리, 당분·칼로리 덩어리 음식에 우리의 밥상을 내어줄 것인가. 세계는 지금 먹거리, 곧 삶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저자들은 한 가정을 찾아가 장을 보는 데에서부터 음식을 차려먹는 것까지를 충실하게 기록한다. 어느 곳에 가든, 시작은 장을 본 일주일치 먹거리들을 몽땅 식탁 위에 올려놓고 가족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들을 넘기다 보면 비닐 포장된 음식재료, 인스턴트식품이 세계의 식탁을 얼마나 점령했는지를 보며 놀라게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의 타이틀, ‘헝그리 플래닛(배고픈 세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세상엔 배고픈 사람 못잖게, 탐욕으로 배를 채우는, 먹거리가 아닌 탐욕의 ‘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 지구를 갉아먹는 것은 진실로 배고픈 이들이 아니라, 더욱더 많은 칼로리를 먹어치우려 애쓰는 영양과잉의 우리들이다.
 


만일 피터와 페이스가 우리 집에 와서 취재를 한다면 뭐라고 쓸까. 고속 개발된 국가의 전형적인 대도시 주민,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만 실제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은 거의 없는 핵가족, 첨가제 덩어리 인스턴트식품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유기농 먹거리를 고집할 돈과 의지는 모자란 현대인, 아마 그렇게 비치지 않을까. 


★ 맛뵈기로 사진을 감상하시려면, 여기로 TIME phot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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