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참새가 없는 세상

딸기21 2000. 11. 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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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누구누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참새 이야기가 나왔다. 
참새 얘기가 나온 것도, TV 덕분이었다. 
오랜만에 TV에 비친 참새를 봤는데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참새가 사라졌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참새시리즈는 한때 유행하는 농담의 대명사였는데, 
요즘에는 골목에서 참새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걸까. 
하긴, 골목 자체가 사라졌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골목의 문화' '골목살이'가 없어진 꼴이니까.
(골목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경실련 도시문화센터의 김병수 부장이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던진 화두인데, 
언젠가는 글로 써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골목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하여간에 참새가 사라졌으니 
요즘 아이들은 아마 참새시리즈도 모르지 않을까. 
내가 대학생일 때 '참새방앗간'이라는 젤리 과자가 있었는데, 
"참새가 절대 안 가는 집은? - 포수네 집" 하는 류의 
다소 썰렁한 유모어가 포장지에 적혀있었다. 
그걸 보면 참새시리즈의 생명력은 90년대초반까지도 유지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개구리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를 넘어 
한자까지 갖고 노는 경지에 이른 아이들에게 
참새시리즈같이 '재미없는' 얘기가 먹히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참새 자체가 없으니. 
요샌 순 비둘기 천지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지저분하고
게으르기까지 한 비둘기들은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대도시의 상징'으로 발전/전화한 것 같다.

후배 기자 하나는 얼마전 '리에'라는 예명을 쓰는 여고생을 만났는데, 
그 여고생에게 작명의 의도를 물으면서 
"미야자와 리에가 떠오르지 않느냐"고 넌지시 물어봤단다. 
나 역시 '리에'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게 미야자와 리에다. 
그런데 그 여고생이 미야자와 리에를 알지 못했고, 
썰렁하게 문답은 끝났다고 했다. 
우리 데스크는 새로 나온 극장판 '미녀삼총사'에 대해 기사를 쓰고 있었는데, 
미야자와 리에를 알던 후배녀석이 이번에는 '미녀삼총사'를 모른다고 했다. 
파라 포셋이 나왔던 TV시리즈 미녀삼총사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알고 있다. 
본 적이 있는지, 아니면 어디서 들어 알고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하여간 '미녀삼총사'라는 말 정도는 알고 있다.

유행어의 흐름이나 세대교체를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그만큼 많은 시간을 살아오지도 않았고, 
원래 모든 유행은 변하는 것이니까. 
그냥, 참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박완서의 의문이라면, 
나는 '그 많던 참새는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한다. 
혹은 '그 많던 참새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나 
'없애버렸을까', '내몰았을까'가 될 것이다. 
혹시 내가 모르는 곳에 집단으로 숨어서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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