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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벌써 어제가 됐나- 낮에 회사에서 대학 친구들과 이른바 '채팅'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MSN 메신저를 다운받으면 하루 종일 채팅을 할 수가 있다. 실은 '하루 종일'이라는 건 좀 맞지 않고, 내가 친구로 지정해놓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있을 때면 아무 때고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회사 컴퓨터는 늘 켜져 있고 랜으로 연결돼 있으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대화방'이라는 말과 '채팅룸'이라는 말은 참 다른 것 같다. 우리 말과 영어라서 다르다는 게 아니고, '채팅'은 잡동사니 수다를 떠는 것이지 '대화'라는 말로 번역되기엔 좀 그렇다는 의미다.
실제 내가 채팅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채팅'이었을 뿐이지 '대화'라고 부르기에는 줄거리도 없고 문장도 짧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들이었다. 그리고 '해야쥐' '머야' '안뇽' 그런 식으로 맞춤법 안 지키는 채팅이었다. '대화'라고 하면 어딘가 좀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데, 업무시간 중간중간에 쉬어갈 겸 키보드를 두드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저 '채팅'에 그쳤다. 재미는 있었다.
실은 토요일 밤에 친구를 만나 재미있고 진지한 얘기를 했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대학 남자동기인데,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이번에 서울지검에 발령받았다. 결혼을 했고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은 아주 애기다. 애기 엄마는 공부하는 학생인데 아기를 할머니에게 맡길 것인지, 아니면 아기보는 사람을 구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많은 모양이었다.
처음에 '제3세계'라는 용어가 아직도 유효하느냐를 놓고(나는 용도폐기론을 주장했다) 짧은 토론을 벌이다가 아기 문제를 계기로 해서 우리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주제로 번져갔다. 언론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검사의 길에 들어섰으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는 얘기에서부터 '사는 얘기'까지.
'사는 얘기'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들이다. 걔는 나에게 "물어볼 게 있다"고 말해서 잔뜩 긴장시켜놓고 화장실에 갔다오더니 "남편이 룸살롱에 가면 어떠냐?"하고 묻는 거였다. 연수원 동기 중에 룸살롱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같이 가서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 기피를 했는데, 검찰 시보를 할 때 검사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몇번 갔었고 그 뒤에는 좀 자연스럽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연수원 커플들이 있는데 여자들이 의외로 자기 남자친구가 룸살롱에 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그래서 "룸살롱에서 남자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지만 사실 나는 별로 신경 안 쓰인다"고 얘기해줬다. 남편이 룸살롱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야 없겠지만, 그냥 (남편을) 믿고 있고, 또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뿐더러 내가 신경 써봤자 무슨 수가 있겠느냐고.
그리고 나는 우습게도 걔에게 아주 '현실적인' 충고를 했다. 야, 룸살롱 안 갈 순 없으니까 사람들 따라서 같이 가고 가서는 재미있게 놀아. 근데 있잖아, 여자들 주무르고 그런 짓은 하지 마. 왜냐면, 나중에 언제 어떻게 문제가 생길지 모르거든. 너처럼 룸살롱 가서도 여자들 주무르고노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들 그러는 거 보면 그 사람 점잖지 않게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나중에 언제 어떻게 흠잡힐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니까 점잖게, 재밌게 놀아라, 라고.
우스운 얘기도 있었다. 룸살롱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남편(아지)의 이야기가 나왔다. 아지님은 별로 룸살롱을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 난 남편이 꿈이 더 컸으면 좋겠는데 우리 남편은 별로 야심이 없다, 그 대신에 나쁜 짓 안 하고 촌지도 안 받으니까 좋은 기자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 대신에 퍼스트 레이디 꿈은 접는 수밖에 없지 뭐"라고 했더니 얘가 막 웃었다. 너 정말 웃기다면서. 니가 대통령 하면 하지 무슨 퍼스트레이디 꿈을 꾸냐고. 그러면서 "야 니 남편이지 무슨 우리 남편이냐"고 했다.
그래서 나도 웃었는데, "난 퍼스트레이디는 어찌어찌 해보겠는데 대통령은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정말 오랜만에 '대화'를 많이 했고, '이야기 갈증'이 많이 풀렸다.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회사 컴퓨터는 늘 켜져 있고 랜으로 연결돼 있으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대화방'이라는 말과 '채팅룸'이라는 말은 참 다른 것 같다. 우리 말과 영어라서 다르다는 게 아니고, '채팅'은 잡동사니 수다를 떠는 것이지 '대화'라는 말로 번역되기엔 좀 그렇다는 의미다.
실제 내가 채팅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채팅'이었을 뿐이지 '대화'라고 부르기에는 줄거리도 없고 문장도 짧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들이었다. 그리고 '해야쥐' '머야' '안뇽' 그런 식으로 맞춤법 안 지키는 채팅이었다. '대화'라고 하면 어딘가 좀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데, 업무시간 중간중간에 쉬어갈 겸 키보드를 두드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저 '채팅'에 그쳤다. 재미는 있었다.
실은 토요일 밤에 친구를 만나 재미있고 진지한 얘기를 했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대학 남자동기인데,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이번에 서울지검에 발령받았다. 결혼을 했고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은 아주 애기다. 애기 엄마는 공부하는 학생인데 아기를 할머니에게 맡길 것인지, 아니면 아기보는 사람을 구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많은 모양이었다.
처음에 '제3세계'라는 용어가 아직도 유효하느냐를 놓고(나는 용도폐기론을 주장했다) 짧은 토론을 벌이다가 아기 문제를 계기로 해서 우리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주제로 번져갔다. 언론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검사의 길에 들어섰으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는 얘기에서부터 '사는 얘기'까지.
'사는 얘기'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들이다. 걔는 나에게 "물어볼 게 있다"고 말해서 잔뜩 긴장시켜놓고 화장실에 갔다오더니 "남편이 룸살롱에 가면 어떠냐?"하고 묻는 거였다. 연수원 동기 중에 룸살롱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같이 가서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 기피를 했는데, 검찰 시보를 할 때 검사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몇번 갔었고 그 뒤에는 좀 자연스럽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연수원 커플들이 있는데 여자들이 의외로 자기 남자친구가 룸살롱에 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그래서 "룸살롱에서 남자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지만 사실 나는 별로 신경 안 쓰인다"고 얘기해줬다. 남편이 룸살롱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야 없겠지만, 그냥 (남편을) 믿고 있고, 또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뿐더러 내가 신경 써봤자 무슨 수가 있겠느냐고.
그리고 나는 우습게도 걔에게 아주 '현실적인' 충고를 했다. 야, 룸살롱 안 갈 순 없으니까 사람들 따라서 같이 가고 가서는 재미있게 놀아. 근데 있잖아, 여자들 주무르고 그런 짓은 하지 마. 왜냐면, 나중에 언제 어떻게 문제가 생길지 모르거든. 너처럼 룸살롱 가서도 여자들 주무르고노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들 그러는 거 보면 그 사람 점잖지 않게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나중에 언제 어떻게 흠잡힐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니까 점잖게, 재밌게 놀아라, 라고.
우스운 얘기도 있었다. 룸살롱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남편(아지)의 이야기가 나왔다. 아지님은 별로 룸살롱을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 난 남편이 꿈이 더 컸으면 좋겠는데 우리 남편은 별로 야심이 없다, 그 대신에 나쁜 짓 안 하고 촌지도 안 받으니까 좋은 기자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 대신에 퍼스트 레이디 꿈은 접는 수밖에 없지 뭐"라고 했더니 얘가 막 웃었다. 너 정말 웃기다면서. 니가 대통령 하면 하지 무슨 퍼스트레이디 꿈을 꾸냐고. 그러면서 "야 니 남편이지 무슨 우리 남편이냐"고 했다.
그래서 나도 웃었는데, "난 퍼스트레이디는 어찌어찌 해보겠는데 대통령은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정말 오랜만에 '대화'를 많이 했고, '이야기 갈증'이 많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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