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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추울까.
좀전에 잠시 햇빛이 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하늘이 회색으로 변했다. 비나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아침 9시에 일어나 집 뒤편 가게에 갔다온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뒹굴며 잠을 잤다.
가게에 갔다오는 길에 보니 보도블럭에 떨어진 물 자국이 미끄러웠다. 설마 저게 얼음이랴 싶었는데, 차들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시뻘건 드럼통 위에 고인 것이 분명히 얼음이었다. 가게 아저씨는 '얼음이 얼었네요' 하는 내 말에 무슨 봉창두드리는 소리냐는 듯이 '오늘 영하잖아요' 라고 했는데, 얼음이 언 것을 보니 그제서야 겨울이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오늘은 아예 찬 공기 속으로는 콧배기도 내밀어보지 않은채 집안에 틀어박혀 온돌공주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러다 오늘 첫눈이라도 오게 되면 방바닥 치면서 안타까와하게 생겼다. 나는 아직도 강아지처럼 눈 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세수라도 하고 있어볼까.
뒹굴뒹굴하면서 하루종일 내가 한 것은 컴퓨터를 켜고 오락한 것과, '앰버 연대기' 2권을 읽은 것 뿐이다. 아 참, 어제 해놓은 밥과 반찬을 데워 아침 겸 점심을 먹은 것도 있구나.
인터넷은 '바다'에 비유되곤 하는데, 어째 나에게는 바다는 커녕 샘물이나 될까말까다. 사람은 언제 어느 장소에 가든 자기만의 길을 만들고, 그 폐쇄성을 누리며 즐거워한다. 인터넷은 특히나 넓어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 자기만의 길을 만들 수 있으니 그 배타성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른 매체보다 앞서는 것 같다. 바다같은 인터넷이라지만 난 늘 내가 다니는 길만 다니니까 나한테는 바다가 아니라 우물인 셈이다.
안방의 침대와 마루의 소파를 왔다갔다하며 뒹굴던 나는 뒤척이는 데에도 지쳐서 모래밭에 나갔다. 모래밭에 누워있는 나만한 불가사리. 분홍색과 주홍색의 중간쯤 되는 색깔을 한 그것은 다섯 개의 갈래가 나 있는데 어느 것이 팔이고 어느 것이 다리인지 모르겠다. 머리 위에 달린 것은 뿔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몸을 뒤척이는 대신 불가사리를 뒤집고, 비린내가 나는 가운뎃부분에 억지로 주먹을 집어넣어 괴롭혔다. 성가심을 못 참은 그것이 튀어나온 한 개의 팔로 내 손목을 잡으려 할 때 그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 꼭 그림 속의 별처럼 일어나버린 불가사리와 함께 놀았다. 찰랑거리는 바닷물 속에 발을 담그고, 주황색 옷을 입고 주황색 샌들을 신은 나랑 주홍빛 불가사리가 같이 뛰어다녔다.
불가사리와 함께 놀 때에는 나도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가 있고, 물 위를 뛰어다닐 수도 있다. 나는 불가사리와 마음이 잘 맞아서 누워 있는 조개의 껍질을 억지로 열고 모래를 잔뜩 집어넣고, 파란 색 문어를 만나 여덟개의 다리를 손에 쥐고 세 갈래로 땋아버렸고, 뒤에서 눈을 가리며 '누구게?' 하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 불가사리는 나에게 이쁜 비늘 하나를 주었고, 나는 그 답례로 그것에게 손가락을 만들어주었다. 이제 불가사리는 내가 없이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꼴딱 저물었을 때에야 모래밭 위로 올라왔는데 하늘은 파란색, 빨간색, 녹색, 보라색, 회색, 분홍색으로 계속 바뀐다. 나는 '앰버 연대기'의 주인공처럼 자동차를 타고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를 여행한다.
오늘도 밖은 추울 것이고, 난 아마 오늘이 다 갈 때까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밤이 되면 지나가버린 주말을 아까와할 것이다. 녹차 물을 얹어놓고 마루에 다시 와보니 나보다 더 크고 뚱뚱한 불가사리가 떡볶이와 오뎅의 관계처럼 줄무늬 이불과 뒤죽박죽되어서 책을 읽고 있다. 잠시 뒤면 나도 침대 위의 불가사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좀전에 잠시 햇빛이 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하늘이 회색으로 변했다. 비나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아침 9시에 일어나 집 뒤편 가게에 갔다온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뒹굴며 잠을 잤다.
가게에 갔다오는 길에 보니 보도블럭에 떨어진 물 자국이 미끄러웠다. 설마 저게 얼음이랴 싶었는데, 차들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시뻘건 드럼통 위에 고인 것이 분명히 얼음이었다. 가게 아저씨는 '얼음이 얼었네요' 하는 내 말에 무슨 봉창두드리는 소리냐는 듯이 '오늘 영하잖아요' 라고 했는데, 얼음이 언 것을 보니 그제서야 겨울이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오늘은 아예 찬 공기 속으로는 콧배기도 내밀어보지 않은채 집안에 틀어박혀 온돌공주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러다 오늘 첫눈이라도 오게 되면 방바닥 치면서 안타까와하게 생겼다. 나는 아직도 강아지처럼 눈 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세수라도 하고 있어볼까.
뒹굴뒹굴하면서 하루종일 내가 한 것은 컴퓨터를 켜고 오락한 것과, '앰버 연대기' 2권을 읽은 것 뿐이다. 아 참, 어제 해놓은 밥과 반찬을 데워 아침 겸 점심을 먹은 것도 있구나.
인터넷은 '바다'에 비유되곤 하는데, 어째 나에게는 바다는 커녕 샘물이나 될까말까다. 사람은 언제 어느 장소에 가든 자기만의 길을 만들고, 그 폐쇄성을 누리며 즐거워한다. 인터넷은 특히나 넓어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 자기만의 길을 만들 수 있으니 그 배타성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른 매체보다 앞서는 것 같다. 바다같은 인터넷이라지만 난 늘 내가 다니는 길만 다니니까 나한테는 바다가 아니라 우물인 셈이다.
안방의 침대와 마루의 소파를 왔다갔다하며 뒹굴던 나는 뒤척이는 데에도 지쳐서 모래밭에 나갔다. 모래밭에 누워있는 나만한 불가사리. 분홍색과 주홍색의 중간쯤 되는 색깔을 한 그것은 다섯 개의 갈래가 나 있는데 어느 것이 팔이고 어느 것이 다리인지 모르겠다. 머리 위에 달린 것은 뿔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몸을 뒤척이는 대신 불가사리를 뒤집고, 비린내가 나는 가운뎃부분에 억지로 주먹을 집어넣어 괴롭혔다. 성가심을 못 참은 그것이 튀어나온 한 개의 팔로 내 손목을 잡으려 할 때 그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 꼭 그림 속의 별처럼 일어나버린 불가사리와 함께 놀았다. 찰랑거리는 바닷물 속에 발을 담그고, 주황색 옷을 입고 주황색 샌들을 신은 나랑 주홍빛 불가사리가 같이 뛰어다녔다.
불가사리와 함께 놀 때에는 나도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가 있고, 물 위를 뛰어다닐 수도 있다. 나는 불가사리와 마음이 잘 맞아서 누워 있는 조개의 껍질을 억지로 열고 모래를 잔뜩 집어넣고, 파란 색 문어를 만나 여덟개의 다리를 손에 쥐고 세 갈래로 땋아버렸고, 뒤에서 눈을 가리며 '누구게?' 하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 불가사리는 나에게 이쁜 비늘 하나를 주었고, 나는 그 답례로 그것에게 손가락을 만들어주었다. 이제 불가사리는 내가 없이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꼴딱 저물었을 때에야 모래밭 위로 올라왔는데 하늘은 파란색, 빨간색, 녹색, 보라색, 회색, 분홍색으로 계속 바뀐다. 나는 '앰버 연대기'의 주인공처럼 자동차를 타고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를 여행한다.
오늘도 밖은 추울 것이고, 난 아마 오늘이 다 갈 때까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밤이 되면 지나가버린 주말을 아까와할 것이다. 녹차 물을 얹어놓고 마루에 다시 와보니 나보다 더 크고 뚱뚱한 불가사리가 떡볶이와 오뎅의 관계처럼 줄무늬 이불과 뒤죽박죽되어서 책을 읽고 있다. 잠시 뒤면 나도 침대 위의 불가사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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