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연락하는 방법

딸기21 2000. 10. 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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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인터넷을 열어보지를 못했다.
월요일인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데스크탑에서 메일함을 열었다. 
뜻밖의 편지가 와 있었다. 과거에 나의 취재원이었다가
지금은 친해져서 친구처럼 된 어떤 사람에게서 온 쪽지인데
보낸 형식이 특이했다. 요즘 유행하는 '모교사랑'이라는 
사이트에서 보낸 쪽지였다.
이상했다. 이 사람과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 어느 쪽을 뒤져봐도 동문이 아닌데.

미국에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미국에 갈 생각이니 
가기 전에 얼굴한번 보자고 전화가 왔었는데 
내가 게으른 탓에 생각만 하고 연락을 못 했었다.
지난달에 출국해서 계속 미국에 있는데,
전자수첩이 망가지는 바람에 연락처가 없어서 이렇게나마 소식을 전한다고 했다.
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내가 아는 +++씨가 맞다면 쪽지를 보내주세요'.
'모교사랑'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에 그런 쪽지를 
심심찮게 받는다. 또 나도, 심심찮게 보낸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연락이 끊어졌던 '아는 사람'에게.

오늘 그 쪽지를 받아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이 사람이 미국까지 가서 얼마나 심심했으면
나한테 연락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어떻게 이런 방법을 다 생각해냈나' 하는 거였고,
'사람들과 연락하는 방법에는 참 여러가지가 있구나' 하는 것이 세번째였다.

나는 사람들과 연락을 할때 대부분 전화를 이용한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에는 전화 뿐 아니라 편지라는 방법도 자주 이용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연락수단이 전화 한 가지로 한정됐고
그나마 더 좁아져서, 지금은 핸드폰이 아니면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친구의 집 전화번호와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도,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받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메일이라는 새로운 편지 방식이 생겼다지만, 아직도
주를 이루는 것은 핸드폰 한 가지 뿐이다.

원래 누구한테 연락하고 하는 것 별로 잘 하지 못하지만
연락할 방법이 자꾸 줄어드는 건 아마도 내가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걸 더욱더 귀찮아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복잡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더욱더 피하게 되고
직장에 전화했다가 다른 사람이 받으면 
누구누구 바꿔달라고, 그 말 하기조차 귀찮아서.
그러니 편지 같은 건, 이젠 정말 꿈도 꾸지 못하겠다.

사람들과 연락하는 방법이 자꾸자꾸 줄어들어서
직접 얼굴 보는 몇 사람 외에는 아무하고도 연락을 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서 끈이 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믿음까지
자꾸자꾸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데 주변에 얼굴 보이는 사람들과도 마음 통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끈을 다시 이을 방법을 찾으려 해도 잘 발견되지 않게 되면
그때 가서 '관계의 복원'을 하려고 시도한다는게 
얼마나 힘이 들까.

오늘(정확히 말하면 어제) 나에게 쪽지를 보내온 그 사람은 자신이 보낸 쪽지를 놓고 내가 이렇게 곰곰 생각하고 있는 줄은 아마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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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분 만난지도 오래됐네. 홈 구경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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