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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분만' 수전 스토리

딸기21 2005. 8. 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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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상태에서 아이를 분만하고 결국 사망한 한 여성의 사연이 미국을 울렸다.

미 국립의료연구소 연구원이던
수전 토러스(26)가 저녁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은 석달 전인 5월7일(이하 현지시간). 병원으로 실려간 수전의 뇌에서는 종양이 발견됐고, 그 때문에 뇌졸중이 온 것이었다.




수전은 어릴 때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앓았지만 9년전 완치된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검사결과 수전의 뇌에는 이미 종양이 퍼진 상태였으며, 동갑내기 남편 제이슨은 의사들로부터 수전이 ‘의학적으로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들었다. 두살배기 아들을 둔 수전은 또 한명의 아기를 임신한 상태였다. 


워싱턴 버지니아의료센터 의료진은 수전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지 말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만일 아내가 의식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아내는 임신을 몹시 기뻐했다. ‘일을 그만두고라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었다”. 


독실한 카톨릭이던 두 사람은 전에도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의사들은 “아기가 다운증후군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절 의사를 물어봤었다. 그때 수전은 “내게 아기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면서 정밀검사 자체를 거부했었다. 그리고 아들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제이슨은 수전이 이번에도 분명히 아기를 살리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았다. 


뇌사상태에서 분만을 시도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수전이 처음이었다. 의료진은 만류했고, 비용도 만만찮았다. 입원비만 하루 7500달러. 인공분만을 한다 해도 아기가 무사히 태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술품 세일즈맨이던 제이슨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병원에서 지내며 의료진을 설득했다. 


대학 동창생인 두 사람은 2002년 결혼했다. 병상의 수전은 말이 없었지만 제이슨은 날마다 아내에게 말을 건네며 아들의 소식을 전했다. "그것만이 부서진 우리의 일상을 붙잡는 방법이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도움을 주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카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수전 토러스 기금’이 만들어져 모금운동을 벌였다. 네티즌들은 블로그를 만들어 수전과 제이슨을 응원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이메일이 쇄도했다. 지금까지 모금된 돈은 40만 달러였다. 


지난 2일 수전은 제왕절개로 임신 21주 만에 아기를 출산했다. 태어난 딸의 이름은 수전 앤 캐서린, 몸무게는 0.82㎏에 불과하지만 건강한 상태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수전은 아기가 태어난 뒤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내고 하늘로 떠났다. 


수전 스토리는 뇌사한 부인을 안락사 시켜달라고 청원해 일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샤이보 사건’과 비교되면서 미국 내에서 다시 생명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안락사·낙태 반대론자들은 “샤이보의 죽음은 역시 비윤리적이었다”며 수전의 케이스를 부각시켰고, 반면 일각에서는 뇌사한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 만들어 억지로 생명 유지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제이슨은 “아내는 아이의 생명을 지켜낸 강인한 여성”이라면서 논란을 뒤로한 채 3일 수전에게 작별을 고했다고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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