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아이가 되고 싶어요
심미아 (지은이) | 영교출판 | 1998-12-18
이런 책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책이 도움이 될 때가 분명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한아이가 되고 싶다니!
재작년 일본에 있을 때 '오리코'라는 단어를 배웠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 라는 뜻이다. 아이를 키우는, 그것도 자폐아를 키우는 일본인 엄마가 주변에 있었는데, 아이 때문에 몹시도 괴로움을 겪을 것이 뻔한데도 그런 내색 않고 늘 명랑했다.
같이 모여 놀면서 우리 아이에게 오리코라고 하길래 내가 "쟤 집에서는 오리코 아니야" 했더니, "사실 아이들 중에 오리코는 없어" 하는 거였다. 그 말이 맞다. 말 잘듣는 착한아이란 없다. 간혹 억눌린 아이, 내색을 덜 하는 아이, 상대적으로 얌전한 아이는 있겠지만.
우리 애는 어떤 편이냐면, 고집이 세지만 내가 하도 애를 '잡아서' 그런지, 천성이 그런 것인지, 얌전하다. 내성적이고 조용하다. 위험한 짓도 안 하고 말썽도 별로 안 부린다. 친구들 만날 때 데리고 나가면 다들 "어쩜 그렇게 애가 얌전하니" "애가 얌전해서 네가 편하겠구나" 한다.
확실히, 애가 얌전하면 엄마가 편하다. 그러니 내가 복받은;; 편이구나, 생각하면서도 번번이 애를 잡는다. 이유는?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엄마가 시킨대로 하라고. 그러는 너는? 울엄마한테 물으면 "세상에 오리코는 없다"라 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얌전한 아이이건만, 내 아이가 말 안들을 때가 수없이 많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 그런 아이는 세상에 없을 거다. 만일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건 어른들한테 억눌린 거다. 그러니 이 책은 웃기는 책이다. 어른들 멋대로 아이의 '소망'을 조작해서 유포하는 그런 책이다.
주인공 이름도 '보람이'다. 편식하고 청소도 안 하고 제 물건 정리도 안 하고 친구들한테 심술부리고 침대에서 퐁퐁 뛰고... 그런 보람이가 착한아이가 되는 내용. 이건 너무하자나, 정말이지 작위적이자나, 하면서도 아이에게 이 책 읽히고 나서 여러번 써먹었다. "보람이가 어떻게 했지? 그렇게 하면 친구가 없어지지? 혼자 놀면 심심하지?" 이러면서, 보람이를 들먹였더니 몇번 정도 효과가 있었다. 이 엄마는 언제나 이율배반이다.
'딸기네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전사들- 향료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중세의 풍경 (0) | 2006.06.28 |
---|---|
보수주의 백과사전 출간 (0) | 2006.06.22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걀- 엽기적인 닭들 (0) | 2006.06.08 |
너를 사랑해- 엄마가 머가 뚱뚱해! (0) | 2006.06.08 |
디아스포라의 지식인- 책도 어렵고, 현실은 더 어렵고. (0) | 200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