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Life Class - 사랑도 공감도 '배워야 한다'

딸기21 2011. 9. 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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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삼아 읽었다. 지은이가 재미난 사람인 듯하다. 살아가는 방법(Art of Living), 사회 변화(Social Change) 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스스로 좀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보고, 그걸 에세이로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관심 갖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을 정리해놨다. 예를 들면 공감(Empathy), 과테말라, 목공예, 원예, 테니스 등이다. 

좀더 세상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한 과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그 분야의 학자들을 만나고, 책으로 쓰는 식인 것 같다. 비단 이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 뿐이 아니라, 이런 식의 삶의 방식과 관심사를 확장시키는 방법 등이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저자 홈페이지의 소개글
“나는 사회 변화와 삶의 기술에 대해 창조적으로 고민하며 가르치며 사는 작가입니다.
영국 런던의 사회적기업 ‘The School of Life’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현명하게 ‘잘’ 살아갈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옵저버(The Observer)>는 이런 나를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라이프스타일 생각꾼(lifestyle thinkers)’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또 나는 국제구호기구 옥스팜과 유엔 등에서 사회변화를 창출해내기 위한 공감과 대화의 방법을 자문하고 있습니다. 
나는 호주의 시드니와 홍콩 등지에서 자랐고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에섹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캠브리지와 런던시티대학에서 사회학, 정치학을 가르쳤고 중미 난민들과 원주민 인권을 위한 활동을 했습니다.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과 런던 디자인페스티벌 등을 통해서 사랑의 역사와 미래 사회의 노동, 공감을 토대로 한 삶의 기술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왔습니다. (후략)”

저서
The First Beautiful Game: Stories of Obsession in Real Tennis (2006)
Guide to an Unknown University (The Oxford Muse, 2006 공저)
The Wonderbox: Curious Histories of How to Live (2012년 출간예정) 
How to Find Fulfilling Work (2012년 출간예정) 
What the Rich Don‘t Tell the Poor: Conversations in Guatemala (e북 출간예정) 


글쓴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소통이 없는 시대, 공감하지 못하는 세대... 인터넷/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소셜네트워크’가 유행하고 있지만 정작 가까운 이들과의 소통조차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회로 시야를 넓혀보면, 불통(不通)과 단절이 대세처럼 되어있다. 세상과 교감하지 못한 외톨이들, 사회부적응자들이 늘어난다. 갈수록 파편화되고 소통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넘친다.

모두가 대화와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공감형 리더여야 직장에서 성공한다, 소통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대화 넘치는 가정에서 창의력 있는 아이들이 자란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대화와 공감과 소통의 능력을 어느 정도나 갖고 있을까? 아니,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우리는 얼마나 가슴 깊이 느끼고 있을까?
 

이 책은 세 가지 테마를 통해 소통과 대화와 공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번째 테마는 사랑
이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것도 시대와 함께 형성돼온 역사의 산물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드라마와 영화 속 남녀들은 불꽃 튀듯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곤 한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여성들은 너나없이 ‘소울메이트’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로맨틱한 사랑’의 개념이 사람들 머리 속에 자리잡은 것은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봤자 겨우 1000년 동안의 일일 뿐이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우리가 남녀간의 열정적인 사랑이라 부르는 에로스(eros)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사랑을 구분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갖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6가지 개념을 들여다본다. 이를테면 필리아(philia)는 동성 간에나 혹은 정치적 동지들과의 사이에 쌓아올린 연대감과 우호감, 애호심 같은 것이었다. 프라그마(pragam)는 한평생 함께 살아온 노부부 사이에 형성된 안온하고 안정된 감정,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정(情)과 비슷한 것이다. 훗날 기독교도들이 받아들인 무조건적인 이타심, 아가페(agape)라는 사랑도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사랑의 이런 다종다양한 측면은 알지도 못한 채, 오로지 소울메이트만을 찾으며 에로스적인 사랑만 사랑으로 친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고를 때에는 모카냐 아메리카노냐 카푸치노냐 따지면서, 사랑에 대해서는 커피 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마음은 여섯 가지 사랑을 원하는데 그걸 단 한 사람의 ‘소울메이트’에게서 찾으려고 하다보니 애정관계는 꼬이고 힘들어지고 갈등의 원천이 된다. 사랑에 대해 이해하고,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사랑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한마디로 ‘사랑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테마는 ‘가족’이다.

가정의 따뜻함과 친밀함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론 ‘집에서일수록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는 묵묵히 밥을 먹거나 잔소리를 하고, 자녀들은 뚱허니 듣고있거나 귀를 틀어막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집이 한둘일까. 가족 간에도 대화의 기법을 개발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1960년대에 ‘싱글대디’로 선구적(?)인 삶을 살았던 소설가 빌라드(중학시절 교과서에 <이해의 선물>이라는 작품이 실려있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글. 폴 빌라드의 다른 글도 홈피에 올려둔 게 있었는데... 찾아와야겠다;;)의 사례로 시작해, 중세·근대 유럽의 가족구조에서 드물지 않았던 ‘househusband’ 등 역사적인 맥락을 소개하면서 가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뒤집는다.
 

세번째 테마는 ‘공감’이다. 저자는 인종분리가 여전히 남아있던 미국 남부에서 악명높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집단 KKK의 간부로 활동했던 사람과 흑인 여성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이 어떻게 마음의 다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공감의 원조라 볼 수 있는 가톨릭 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거리의 노숙자 체험에서 시작해 결국은 혁명의 대오에 뛰어들었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 등의 ‘공감 기법’에 대한 접근도 흥미롭다.
 

세 테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세번째 테마의 제목이기도 한 ‘공감’이다. ‘사랑’은 결국 가장 1차원적이고 원초적인 남녀간의 공감을 말한다. ‘가족’은 거기서 확장돼 나간, 사회관계의 기본 집단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감과 소통을 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공감’은 거기서 더욱 나아가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배타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가족-사회 어디에서나 공감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선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공감의 목표는? 행복이다. 연인과, 가족과, 나를 둘러싼 세상과 공감하고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그런 공감이 집단으로 확산될 때다. 공감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뿐더러, 사회를 변화시킨다! 
실은 사랑, 가족, 공감 세 가지 테마가 모두 따로따로 책 한권씩 써도 되는 내용들이다. 역사적 접근도 재미있다. 각각의 테마 안에서 서술방식은 중구난방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더 그렇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랑 구분법을 얘기하다가 뒤에 가서는 조지 오웰이 노숙자가 된 이유까지 나온다. 다루는 소재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분명하다. 역사를 통해 21세기의 공감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흔한 마음치유법 책들이나 기술적인 대화방법을 다룬 책들하고 다른 게 있다면 ‘세상’을 향한 공감으로까지 사고를 확장해나갔다는 점이다. 연인을 향해 나만 쳐다보라고 닥달하는 어린아이같은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는 것, 외국인 노동자들을 몰아내야 할 이방인 집단으로 보지 않고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책은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공감의 필요성과 기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었다. 아주 평범하고 쉬운 말로 저자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설명하려는 논지가 확실해 순식간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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