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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에 난데없이 `플립 플랍(flip―flop) 논쟁'이 벌어졌다.
플립 플랍은 발가락과 발뒤꿈치가 드러나는 여성용 슬리퍼로 속칭 `조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백악관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예방한 일군의 여대생들이 하늘하늘한 꽃무늬 치마에 플립플랍을 신고 기념사진까지 찍은 사실이 알려진 것. AP통신 등은 이 일을 계기로 `워싱턴 예법'과 `신세대 문화'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노스웨스턴대학의 여자 라크로스(하키의 일종) 선수팀이 전국 우승 기념으로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지난 16일. 9명의 여대생들은 블라우스나 티셔츠에 치마를 받쳐입고 플립플랍을 신은 차림으로 백악관을 찾아 부시 대통령을 만났고,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성들은 비즈니스 수트, 여성들은 치마 정장에 발가락이 안 보이는 구두를 신는 것이 통상적이 백악관의 `드레스 코드'인데 여대생들은 이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셈이다.
백악관 사진사가 촬영한 사진이 라크로스팀 웹사이트에 공개되자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백악관에 플립플랍을 신고 갔다?" 등등의 제목으로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CNN방송에서는 앵커와 백악관 출입기자가 브라운관 상에서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앵커는 캐주얼한 의상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온 미국 문화의 특성을 지적하면서 "대통령도 종종 청바지를 입는다"고 말한 반면, 백악관 출입기자는 `백악관에 걸맞는 옷차림'을 강조하고 나선 것. 여론은 `철없는 여대생들'을 질타하는 쪽과 `세대 간 문화 차이'를 인정하자는 쪽으로 나뉘고 있다.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백악관을 방문한 여대생 가족들이다. 팀 멤버인 앨리 조지프스의 어머니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내 딸이 그런 차림을 하고 백악관에 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라면 말조차 꺼내기 싫다"고 말했다. 반면 선수 본인들은 이런 논란 자체를 재미있어 하고 있으며 심지어 몇몇 선수들의 경우 백악관에 신고갔던 플립플랍 신발을 경매에 붙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AP통신은 철부지짓으로 유명한 부시대통령의 딸 제나(23)도 2001년 백악관 뜰에서 반바지에 플립플랍 차림으로 놀고 있다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는 부시 대통령측이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비난하는 구호로 `플립 플랍(이랬다 저랬다)'이라는 말을 퍼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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